▲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교황의 방한을 반대하는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수요 알현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교황 방한 반대 운동 단체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진. (사진출처 : AP=뉴시스, 교황방한반대운동 홈페이지 캡쳐)

온·오프라인 반교황운동 확산
목회자들 개신교인 감소 우려

개신교 쇠퇴 원인, 교황 아냐
헌금강요·목회자 비리에 염증

▲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첫 방한 시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한국 땅에 입을 맞춰 우리 국민에게 겸손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5년 만에 한국을 찾는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관심은 과거 요한 바오로 2세를 뛰어 넘는 듯하다. 교황 방문이 확정된 충청권은 ‘8월의 크리스마스’라며 들떠 있고, 정치권도 ‘통일은 대박’ 이슈가 재점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경제계도 교황 특수를 노리고 있고, 가톨릭계는 ‘프란치스코 효과’로 신자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곳곳이 교황 맞을 준비로 분주하지만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일부에선 교황 방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교황 방한 반대운동’ 나선 개신교인들

곳곳에서 일고 있는 교황 환영 분위기와 달리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교황 방한 반대운동’이 온‧오프라인에서 거세지고 있다. 교황 방한 반대운동 의 주요 이유는 가톨릭교가 ‘교황을 신격화, 우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아이디 cho****)은 온라인 교황 방 한 반대운동 사이트에 “교황을 신격화하면서 섬기는 것은 우상화”라며 “교회에 다니는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교황이 한국에 방문하는 것을 막아 달라”는 부탁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반대운동에 대해 일반인들은 “교황 방한은 외교적으로도 중요하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이렇게 배타적이라니 실망스럽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개신교는 1950년대에도 가톨릭을 교황숭배교, 마리아숭배교 등으로 비방하면서 반(反)가톨릭운동을 펼쳤다.

당시와 차이점은 1950년대는 가톨릭신자인 야당 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2014년의 반가톨릭운동은 작년에 전개된 WCC의 ‘개신교와 가톨릭 일치 운동’을 반대하는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과거나 현재나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개신교인들이 타종교를 강하게 증오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의 본질을 벗어났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교황이 오면 개신교인 줄어든다?

개신교계가 교황 방한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교황이 오면 개신교인이 줄어든다’는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교황 방문이 확정된 이후 개신교 각 교단 총회장들은 ‘30년 전 교황 방문 시 한국 교회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 미국 신학대 교수이자 현재 통합 측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개신교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인데다, 교황이 25년 만에 방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방한 이후 개신교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5년에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자료에 따르면 개신교인은 1995년 이후 10년 사이 14만 명가량 감소했다. 같은 시기 가톨릭신자는 220만 명이 증가했다.

교황 효과로 가톨릭신자가 증가했을 가능성은 보이지만, 그로 인해 개신교인이 줄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통계다. 해당 자료에서 개신교인은 1985~1995년 649만 명에서 876만 명으로 증가했으나 1995~2005년 862만 명으로 줄었다. 반면, 1995~2005년 가톨릭신자는 295만에서 514만 명으로 급증했다.

헌금강요’에 지쳤다… 괜한 ‘남 탓’‘

이렇듯 교황 방문을 교인 감소 이유로 삼는 개신교계 분위기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신교 내부 문제가 원인인데도 괜한 ‘남 탓’을 한다는 것이다.

개신교인이 감소하는 실질적인 이유로는 ‘교회성장’에만 관심을 갖는 목회자들의 ‘헌금강요’와 각종 ‘목회자 비리’ 등이 꼽히고 있다.

‘한국교회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 한국갤럽과 함께 조사한 자료에 보면 ‘종교별 이미지 조사’에서 한국교회는 교세확장에만 관심이 있다(76%)거나 지나치게 헌금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70.8%)고 비쳐진 반면, 구제·봉사활동 등 대사회적인 역할 (37.8%)을 잘하고 있다는 인식은 매우 낮았다.

또한 2011년 한기총 대표회장의 일명 ‘10당 5락’ 금권선거 사례를 비롯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목회자들의 금권비리, 성추행, 학력비리 등 세속적인 모습과 비성경적 가르침도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길성 개혁신학회장은 지난 4월 봄 학술대회에 서 ‘한국교회의 이단문제와 종말론’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무분별한 교회 분열, 교주를 방불케 하는 많은 목회자의 의식과 자세, 성경의 가르침을 떠난 교회 경영, 많은 교회의 비윤리적인 성향 등은 한국 교회를 허약하게 만드는 치유 난망의 고질병”이라 꼬집고 한국 교회의 근본적인 각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많은 신학자가 세속화된 목회자들을 한국 개신교 쇠퇴의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무분별한 이단논쟁’도 교인 감소 한몫

개신교 내부의 기준 없는 ‘이단’ 논쟁도 개신교인 감소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개신교 내부 에서는 어제의 이단 심판자가 오늘의 이단으로 지목되는 ‘촌극’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밥그릇 싸움’이라는 게 내부의 솔직한 목소리다. 심지어 한국 개신교 대표 연합체인 한기총도 3년 전 분열됐다.

한기총에서 나온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기총은 분열 이후 서로를 ‘이단’이라 맹비난했다. 이에 전 한기총 대표회장 등 한국교회 원로들이 모여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조용기 목사가 나서줄 것을 결의하자 거센 비난이 일었다.

교회에 131억 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과 35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조 목사에게 원로들이 이런 부탁을 한 자체가 코미디라는 것이다.

교계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원로들의 행보는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개신교인이 왜 줄어드는지를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종교, 계산 떠나 소통의 계기 돼야

한편 시민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고진광 대표는 가톨릭계를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교황 방문을 가톨릭 홍보 계기로만 삼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면서 “교황이 꽃동네처럼 가톨릭이 이렇게 했다 자랑할 곳을 방문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복지 사각지대를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교지도자들이 교황 방문을 두고 손익 계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소통의 계기로 삼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황방문 후 교인이 감소할 것을 염려하는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을 향해서는 “간디가 남긴 ‘나는 그리스도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리스도와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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