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비를 맞으며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탑승자·사망자·실종자·구조자 수 번복해
천국과 지옥 오가는 가족들, 생사 몰라 ‘답답’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 과정에서 정부는 사망자와 실종자, 구조자 수를 발표하는 데 하루종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초한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안산단원고등학교도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탑승 인원 명단을 확인했지만 명단 발표와 사고 수습에 우왕좌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2시 4차 브리핑에서 “오후 1시 현재 세월호 승선자 수는 477명으로 2명이 사망하고 368명이 구조됐다. 실종자 수는 107명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오후 4시 30분에 열린 브리핑에서 이경옥 안전행부정 제2차관(중대본 차장)은 “구조자가 368명이 아니라 164명”이라며 “실종자 수가 107명에서 293명”이라고 발표 내용을 뒤집었다.

이 차관은 “애초 구조자 숫자에 좀 착오가 있었다. 해경, 해군, 소방, 민간 등 여러 기관에서 동시에 구조를 하다 보니 구조자 수가 중복으로 집계됐다”고 해명했다. 해명 중에도 이 차관은 정확한 구조자 수에 대해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당초 승선자 수도 파악이 안 됐다. 중대본은 477명이라던 승선자 수는 오후 4시에 459명으로 수정해 발표했으나 청해진해운 측이 밝힌 승선자 수는 462명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치 않았다. 밤 9시가 넘어서 선사 측은 “개찰구 CCTV를 다시 확인해 본 결과 탑승자 수는 475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부도 선사 측도 제대로 파악을 못해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앞서 오전 11시께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교 측이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과 학부모 측에 발표해 한때 논란이 됐다.

도교육청은 오전 11시 9분, 11시 25분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해경 공식 발표’라고 2차례 공지했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1시 30분께 2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생사 불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도교교육청은 “학생들이 모두 구조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다시 해경이 구조 중이라는 통보를 해왔다”고 해명했다.

정부와 경기도교육청, 학교 측의 부정확한 발표에 탑승자 가족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학교에 몰려든 300여 명의 학부모는 오열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단원고에 다니는 조카가 실종됐다는 박용훈(60, 남) 씨는 “(언론에서) ‘아이들이 모두 구조됐으며 피해자가 없다’고 보도해 그렇게 믿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90여 명의 학생이 실종됐다고 하더라”며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초기에 더 빨리 구조대가 갔다면 이렇게까지 크게 실종자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박 씨는 “정부는 그래도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직도) 아이들의 구출소식이 들리지 않아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고 한탄했다.

탑승자의 동생과 함께 자녀의 생존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엄마 배가 막 흔들리고 있어, 어지러워’라고 말한 뒤 ‘엄마 선생님이 구명조끼 입고 선실로 올라오라고 했다’고 전했다”면서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로 올라가는 것 같았는데 그때 전화가 끊겼다”며 울먹였다. 이어 “너무 참담하다. 아이가 살아있는지 알지도 못해 답답하다. 한숨도 못 잤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