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된 생존자 서희근(54) 씨가 난간에 매달려 찍은 당시 상황. 사진 속 여객선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학생들이 무사히 구출되기를 바랍니다.”

화물기사인 서희근(54) 씨는 침몰한 진도 여객선 ‘세월호’의 구조자다. 침몰 당시 그는 배 후미 부분에 매달려 있었으며, 구조대에게 빠르게 발견됐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배 안에 있던 학생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그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저는 점심식사를 일찍 마친 후 객실로 갔습니다. 16일 오전 9시께 갑자기 배가 왼쪽으로 45도 기울었습니다. 전날 군산에서도 배가 왼쪽으로 휘청거렸는데, 이날도 왼쪽으로 넘어간 겁니다.”

그때 스피커에서는 “움직이지 마세요, 침착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배 안에 있던 학생들도, 서 씨도 안내 방송을 따랐다. 잠시후 “해경구조대가 오고 있으며 모두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방송이 나왔다고 그는 밝혔다. 이후 서 씨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여객선 좌우에 ‘섬’과 ‘배’가 있는데, 한쪽 유리창으로 섬과 배가 번갈아 보였습니다. 45도 기운 상태로 배가 360도 돌고 있었던 겁니다.”

배가 돈다는 것은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으면 1시간 안에 바다로 뛰어내려야 합니다. 배가 침몰하면서 바닷물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는 빠르게 선박 위로 올라갔다. 오전 10시가 넘자 배에는 물이 많이 차올랐다. 배가 점점 침수되자 그는 배 후미 부분에 간신히 매달렸고, 구조대에 의해 건져졌다.

서 씨는 “배가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학생들은 식사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며 “침몰되는 순간,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어야 했던 아이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을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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