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남북은 5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어 오는 2월 20~25일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합의했다. 20~22일에 남한 이산가족이 북한에 사는 가족을 만나고 23~25일에는 북한 이산가족이 남한에 사는 가족을 만나기로 했다.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재개하게 된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면서 북한은 군사훈련, 금강산 관광 등 쟁점이 될 수 있는 언급은 피하고 남한 이산가족 숙소에 대한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하는 등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정권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북한은 이산가족의 상봉문제를 정치적으로 연결하고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번번이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B-52폭격기가 서해상공에서 핵타격 연습을 했다고 주장하며 군사훈련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해마다 실시하는 한미군사훈련을 한 번이라도 북한의 요구대로 중단한 적이 없고 통상적인 훈련이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한 방어훈련임을 강조하였다. 우리 정부도 키 리졸브 훈련을 북한과 중국에 통보하고 훈련의 동원되는 무기도 지난해와는 달리 핵추진 항공모함과 B-52, B-2 스텔스폭격기는 훈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북한이 B-52폭격기가 서해상에서 출몰한 것을 두고 ‘핵 타격 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잉반응으로 보인다.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B-52의 참가는 없다는 것이 공식입장이고 아직 훈련은 시작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B-52의 출몰에 위기를 느낀다면 우리도 북한의 핵 보유와 실험에 대해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우리 정부의 핵 포기 요청과 핵실험 중지 요청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니 우리 정부로서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B-52폭격기는 북한의 핵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방어용 대비태세를 갖춘 전략무기체계이다. 북한이 핵으로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를 가상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미군사훈련도 도발에 대한 응징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방어개념의 훈련이다. 우리가 대비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억지이고 내정간섭으로 보인다. 정부는 훈련내용을 북한에 통보하고 주요국들에게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훈련을 우리에게 통보하고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니 미국도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남북한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며 환영했고 중국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남북한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북이산가족상봉에 대해서 주변강대국들이 환영하고 지지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남북대화가 필요하고 또한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화해분위기가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합의를 파기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비난을 살 일이다.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남북이 합의한 가족상봉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입지가 불안하거나 강경세력이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은 북한의 도발에 기인하는 것이다. 한반도는 북한의 도발로 인하여 긴장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대비를 언제든 하고 있어야 한다. 훈련은 1년 내내 계속 될 것이고 북한의 주장대로 한다면 우리 군이 훈련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북한도 군사훈련을 하고 있고 도발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은 대한민국도 강력한 무기체계로 응징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한미 군사훈련과 연관 지어서 북한이 우리를 압박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계산이다. 한미군사훈련과 이산가족상봉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군사적 대응태세와 인도적인 만남은 각각 다른 정치적 영역이다.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합의를 깨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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