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동계올림픽이 러시아의 소치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 선수단은 투혼을 발휘해서 동계 스포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가 목표한 금메달의 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의 이목이 소치로 향하고 있는 이때에 국내의 사건, 사고는 연이어 터지고 있다.

영동지방의 사상초유의 폭설로 인하여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고 인명피해도 발생하고 있고 조류독감도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남북대화가 이루어져 이산가족 상봉의 기대도 커지고 있는 이때에 신안군 섬의 염전에서 인간이하의 생활로 연명하던 김 씨의 탈출기가 언론에 유포되고 있다.

자유민주체제의 대명천지에 인권을 유린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던 국민이 법과 공권력의 보호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다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출된 사연이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인권보호 국가인가를 의심케 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경찰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신안군을 비롯한 주변의 섬에 공권력을 투입하여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염전의 소금생산 작업은 과도한 노동을 수반하고 저임금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염전사업을 위해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가 있어 온 것과 불법적인 노역을 강요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신안군의 염전근로자 170명을 조사한 결과로 봐도 20명이 10년간 임금체불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인이 염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실도 밝혀져서 고용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노숙자나 정신지체자를 유인해서 염전에 팔아넘기는 조직도 있다고 하니 그동안 공권력의 무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가 있다.

경찰이 단속을 예고까지 하고 조사를 하다 보니 염전 주인이 종업원을 피신시켰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고용방식도 불법적이고 임금체불이나 폭력행사 등 인간성을 유린한 일들을 자행하고 경찰의 조사를 피해 인근 도시로 종업원을 빼내서 합숙시키며 감시하고 경찰의 조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악덕업주도 있다고 하니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종업원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탈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이유는 현지 경찰과 주민들이 악덕업주를 고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종업원들의 탈출을 막아서는 데 일조했다는 말도 있으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얽힌 인간관계가 있다 보니 노예처럼 일하고 임금을 착취당하고 인권유린을 당하는 이들에 대해서 눈감고 있었다는 말이다.

시중에 널려있는 각종 인권단체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 이번 신안군 섬노예 사건에 대해서 정치권도 침묵했고 인권단체들도 그 흔한 성명조차도 내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해 보려는 세력도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별 것 아니라는 안이한 태도로 관망하는 세력도 정의롭지 못하다고 본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은 존중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주선해서 열악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폭로하게 하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이 당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 야당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의 텃밭에서 행해진 악행이라서 차마 말을 꺼내기가 민망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야당도 반성해야 할 문제다.

전국의 모든 섬과 산골에 경찰력을 동원해서 샅샅이 뒤져서 인권말살행위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특별한 지시를 할 정도로 이번 사안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은 민주와 인권으로 보면 최상위의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 이런 나라에서 어둠의 자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열등국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우등국민만 국민인 것은 아니다. 못 배우고 가난하고 지체 부자유자라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다. 이제 인권단체들이 앞 다투어 나서서 섬 노예 사건을 성토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