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지난 12일 북한은 장성택의 사형을 선고하고 13일 전격 처형을 단행했다. 북한 중앙방송은 이례적으로 처형사실을 보도하고 몇 장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장성택에 대한 선고내용은 “적들과 사상적으로 동조하여 감행한 국가전복 행위이고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고 만고역적 장성택을 혁명과 인민의 이름으로 단죄규탄하면서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이라고 보도하였다.

장성택은 심리과정에서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하였다” “정변의 대상이 최고 영도자”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하였는데 이 보도는 매우 충격적이다.

문제는 김정일의 죄를 말하는 장성택의 발언을 그대로 인민들에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장성택이 죽음으로 가면서 인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공개한 것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 것이고 인민들에게 장성택의 최후진술을 인민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 재판을 주도한 국가안전보위부의 뜻이 무엇인지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장성택은 공판심리과정에서 정변의 수단과 방법에 대하여 “인민들의 생활이 악화되면 군대도 정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고 생각하였다” “정변에 인민보안기관을 담당한 사람도 나의 측근으로 이용해보려고 하였다” “이밖에 몇 명도 내가 이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라는 말을 굳이 장성택의 발언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와 같은 장성택의 발언공개로 인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고려해 보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일 수 있고 인민들이 장성택의 발언을 이해해 보라는 취지일 수도 있겠다.

장성택은 정변을 일으킬 시점과 정변 이후에는 어떻게 하려고 하였는가에 대하여 “정변시기는 딱히 정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가 총리를 하려고 하였다. 내가 총리가 된 다음에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명목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일정하게 생활문제를 풀어주면 인민들과 군대는 나의 만세를 부를 것이며 정변은 순조롭게 성사될 것으로 타산하였다”라고 말했다.

장성택이 “정변시기를 정한 것이 없었다”라는 말과,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붕괴 직전에 이르면 내각 인맥을 이용해 총리에 올라 확보한 자금을 풀어 인민을 구제하면 인민과 군대는 만세를 부를 것이며 정변은 순조롭게 성사될 것”이라는 말은 인민을 위해 돈을 모아서 총리에 오르면 풀겠다는 것으로 인민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안전보위부가 장성택의 공판심리과정에서의 주장에 대해서 굳이 전문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의도가 있음이 틀림없다.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전문은 “나라경제와 인민생활의 파국”이라는 표현을 북한인민 전체에 알림으로써 북한 생활의 파탄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했다. 이는 그간 지구상의 유일한 낙원으로 세뇌교육을 시켜오던 김씨 세습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일 수 있고 세습정권에 대한 모독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인민들이 3대 세습독재 때문에 살기가 힘들다. 김정은이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라는 무서운 의미를 담고 있다고도 보인다.

북한당국의 재판 전문은 장성택의 처형을 기점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엄청난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북한의 경제난과 인민들의 배고픔이 악화된다면 김정은 체제가 무너질 수 있음을 간접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배후에는 강력한 군부가 있다고 보인다. 장성택은 당(黨)과 정(政)을 장악하려고 했지만 군(軍)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장성택을 제거한 군은 앞으로 김정은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강력한 실세로 나타난 것이다.

북한은 군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부의 신구 갈등도 표출될 것이고 군부 내의 자리다툼도 표면에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장성택 처형에 앞장선 군이 권력에 가까이 있다고 볼 수 있으니 김정은도 군의 움직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중국과의 교류와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맞을 것이다.

경제난이 계속 이어진다면 장성택이 말했던 정변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으로 본다. 국가안전보위부 특별재판부의 장성택 재판 전문은 과거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북한체제에 대한 간접적인 자아비판적 광고효과로 볼 수 있다. 또한 김정은에 대한 군부의 경고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