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북한은 언론이 통제된 몇 안 되는 나라이다. 북한의 언론은 정권호위의 수단으로 운용되고 북한에 상주하는 해외기자단이나 특파원은 존재할 수 없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언론의 보도가 자유롭게 작동하고 있지 않으니 북한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도 실시간으로 세계에 알릴 수가 없다.

북한에서 내란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외부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아마 며칠씩 걸리거나 사실 확인을 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데 무려 열흘 이상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의 핵심측근인 이용하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은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3일 오후 ‘장성택 실각설’을 공개했고 4일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중에 이영하, 장수길의 처형사실과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완전한 실각 여부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하게 발언했다.

국내언론은 장성택의 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갖은 추측성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 장성택의 숙청은 최룡해를 비롯한 신군부의 작품이라고 하는 보도와 그동안 1인자 김정은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기도 하고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장성택은 김씨 가문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도 하고 죽음을 앞둔 김경희가 장성택을 쳐내야만 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양산했다.

북한전문가나 정치평론가들도 마치 북한 정권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는 듯 소설 같은 말들을 토해냈다. 국정원도 자신 있게 발표를 못하는데 누가 사실을 알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정원의 정보력보다 더 정확한 정보획득과 정보 분석이 가능한 곳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언론이나 방송에서 급하게 보도되거나 평론하는 것은 정확한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집권 3년차인 김정은이 북한의 당과 군을 확실하게 잡고 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은 장성택과 최룡해를 최측근으로 두고 당과 군, 정을 운영해왔다. 과거 김정일의 인맥 일부와 장성택의 인맥과 최룡해의 인맥을 이용해서 통치해 오고 있는 것이 정설이다.

가장 최근의 보도를 보면 이용하, 장수길 부부장이 자신들의 휘하에 있는 기업을 통해서 부정과 부패행위를 해서 개별적인 이유로 처형되었고 장성택 라인이라는 이유로 장성택이 근신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눈에 띈다. 북한은 과거 군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개입해서 운영하고 얻는 수입을 당에서 빼앗아 간 것에 대한 군부의 반발이 있다는 기류는 있었다.

서해5도 NLL근방에서 얻는 수산물의 수입은 북한 해군의 수입이라는 것을 안다면 북한의 육군이나 공군도 자신들이 운영해서 얻는 수입이 따로 있었을 것이다. 밝혀진 사실을 보면 군부는 무역을 통해서 상당부분 이득을 취해왔다. 이런 사업들을 당에서 직접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이유에 의해서 불만이 쌓인 군부가 당의 무역사업을 이용해서 재산을 모은 두 부부장에 대해 부정부패혐의를 씌웠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을 반역죄로 몰아서 처형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본다. 북한은 처형되거나 숙청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반역죄를 적용하는 것이 예사로운 나라이다. 최고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가차 없이 반역죄로 다스리는 것이 가장 편하고 인민들에게도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이 김정일의 고모부여서, 김정은의 후견인으로서, 혹은 사망한 김정일이 장성택에게 조선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명대신의 역할을 맡겨서 장성택이 무사할 것이라는 생각도 틀릴 수 있다. 1인 독재체제가 아니라면 장성택은 나타날 것이고 김정은이 장악한 1인 독재체제라면 장성택은 다시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1인 독재체제도 불안하지만 군부가 실권을 장악하는 경우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장성택은 온건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중국도 장성택을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북한정권이 장성택을 포함한 개혁, 개방파들을 제거한다면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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