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손동연(1955~ )

봄이
적어 낸
우표랍니다

꽃에게만
붙이는
우표랍니다.

[시평]
아직 만산에 단풍이 다하지 않았는데, 한겨울마냥 폭설이 내렸다. 눈이 쌓이고, 길이 얼고, 한겨울마냥 차가운 바람이 씽씽 불어온다.
눈이 쌓인 추운 한겨울 속, 사람들은 따뜻한 봄을 생각하며, 봄을 그리워한다. 양지 바른 쪽에서는 여린 새싹이 솟아나고, 나뭇가지마다 움이 트는, 그리하여 이내 각양각색의 꽃들이 다투듯 피어나는 봄을 마음속 한번쯤은 그려본다.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꽃들을 찾아 나비들이 날아들고, 그래서 봄은 완연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형용색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은 다름 아닌, 봄소식을 전해주는 반가운 편지가 아니겠는가. 그 꽃으로 날아드는 나비는 바로 봄소식이라는 꽃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신이 붙여준 우표가 아니겠는가.
나비우표를 붙이고 봄소식을 전하는 꽃편지들이 양지 바른, 따듯한 햇살 속 피어날 때를, 폭설의 한겨울 속, 꿈꾸어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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