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연말로 접어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얘기가 자주 들린다. 불통 이미지는 주로 야권과 재야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야당 등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KTX 자회사 설립, KBS 수신료 인상,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 등을 추진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얼마 전 중앙 언론사 체육부장들과 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모 언론사 부장이 대화 중에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만 칩거해 청와대 참모와 비서진조차 잘 만나지 않고 대부분의 국정을 홀로 결정하는 것 같다”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임기 첫 해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주위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언론사 부장은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만 갇혀 있지 말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국민과의 언로를 여는 것이 현재 정체돼 있는 정치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어찌됐든, 적어도 분명한 사실은 박 대통령의 의지가 불통의 이미지에 가려 잘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국민과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홀로 외롭게 깊이 고민하는 모습들만이 국민들에게 각인되고 있을 뿐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성큼 다가서는 모양새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국민을 향한 소통의 문을 활짝 여는 매개체로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고 본다. 스포츠는 타협과 화합, 공감, 나눔 등의 여러 가치를 담고 있어 타인과의 교류에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스포츠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십수 년간 건강관리를 위해 요가, 탁구 등을 즐겨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민과 가까워지기 위해선 특히 상대방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탁구를 적극 권하고 싶다. 탁구는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다. 상대가 있어야 한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적합한 운동이다. 경기를 하는 데 필요한 반복된 동작은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과 마치 흡사하다. 한쪽에서 제안하면, 다른 한쪽에서 대화를 매개체로 해 또 다른 제안을 보내는 것과 비슷하다.

탁구든지 아니면 배드민턴, 골프 등 다른 종목이 됐든지 간에 대통령이 볼을 치는 효과는 안팎으로 나타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한 인류애의 공감쌓기는 얼마 전 타계한 남아공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통해 입증됐다. 만델라는 지난 1995년 럭비 월드컵에서 백인으로 이뤄진 남아공 럭비대표팀 ‘스프링복스’를 지지하며 우승을 이끌어냈다. 흑백 인종의 화합에 성공했던 만델라의 스포츠 사랑은 그의 장례식이 요하네스버그 FNB 스타디움에서 수십만 명의 참배객이 애도를 하는 가운데 열려 큰 감동을 주었다. 스포츠를 통해 인류평화를 다졌으며, 스포츠를 통해 영원한 만남을 기약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서로 공감을 쌓을 수 있는 스포츠를 하게 될 경우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이 창출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진과 참모들을 비롯해 장관 등과도 얼굴을 맞대고 스스럼없이 격의 없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야당 지도자, 시민 단체, 종교계 인사들과도 안정되고 편안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서로 무엇인가를 주고받으며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적일 때까지 행위를 이어나간다면 지금처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극단적으로 양분파적인 정쟁의 모습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볼을 치는 것은 개인의 건강도 도모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만약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우면 청와대 참모진이라도 적극 추천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1970년대 대학 시절 미식 축구선수로 활동한 바 있던 미국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에 이어 취임해 맑고 깨끗한 스포츠 정신으로 정치에서 모범을 보였으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도를 매개로 러시아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국제 스포츠와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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