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아이가 소심하면 매사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고 늘 긴장되어 있게 마련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과도한 걱정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부모의 대응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아이가 걱정하고 있는 대상을 파악하고, 아울러서 그 정도와 언제부터 그랬는지를 알아보자. 사실 걱정의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밤에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나 또는 자다가 귀신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등의 일상생활에 대한 걱정, 날카로운 칼이나 가위에 찔리면 어떡하나 또는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피가 나면 어떡하나 등의 신체적 손상에 대한 걱정, 천둥과 번개가 쳐서 집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또는 비가 많이 와서 집이 떠내려가면 어떡하나 등의 자연 재해에 대한 걱정, 우리 집에 도둑이 들면 어떡하나 또는 길에서 유괴되면 어떡하나 등의 사건·사고에 대한 걱정, 백혈병에 걸리면 어떡하나 또는 죽으면 어떡하나 등의 질병․죽음에 대한 걱정,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또는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어떡하나 등의 장소에 대한 걱정 등 구체적으로 아이의 걱정 내용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연령이나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걱정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전혀 걱정할 내용이 아니라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걱정의 정도가 심해서 다른 일상생활의 수행에 지장을 받거나 또는 아이가 몹시 불안해한다면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기간이 한 달 이상 지속되었을 때 역시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본다.

둘째, 아이에게 걱정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을 제거한다. 가령 도둑이 들까봐 지나치게 걱정하는 아이가 있다면, 먼저 집안의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각종 안전장치를 둬서 아이를 안심시킨다. 실제로 문단속을 잘 하지 않거나 또는 도둑이나 강도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 내용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자다가 귀신이 나올까봐 걱정하는 아이에게 말 안 들으면 귀신을 부르겠다고 야단치거나 또는 귀신이 진짜 나올 것 같다고 장난치며 말하는 것 역시 삼가야 한다.

셋째, 반복적으로 아이를 안심시킨다. 부모님들은 대개 아이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한두 번 안심시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의 말에 안심하지 못하고 여러 번 걱정하는 말을 반복할 때 부모는 짜증을 내면서 아이를 나무라기 쉽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불안감을 증폭시켜서 아이로 하여금 더욱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부모님은 반복적으로 안심을 시키는 말과 행동을 아이에게 들려주고 보여줘야 한다. 다소 지치고 짜증이 나더라도 ‘부모의 안심시키기’ 만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집은 튼튼해서 비가 내려도 떠내려가지 않아”라고 확신 있게 반복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걱정의 대상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킨다. 마냥 안심만 시키거나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결국 걱정의 대상을 아이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결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단계를 높여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 봐 걱정을 많이 하는 아이에게 한번에 고층빌딩 맨꼭대기로 데려 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 1주일간은 3층으로 그 다음 1주일은 4층으로 올라가는 식의 노출이다. 아이가 걱정하는 대상에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노출시켜 익숙해지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다섯째, 걱정을 유발하는 말을 자제한다. 예를 들어서 공부를 게을리 하는 아이에게 “너, 그렇게 공부 안 하면 안 돼! 커서 좋은 대학 못 간다, 잘못하면 거지가 될지도 몰라”라는 식의 말은 절대로 하지 말자. 아이에게 걱정과 불안을 심어주는 대표적인 표현이지만, 의외로 많은 부모님들이 쓰는 표현이다. 그것보다는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는 것이 많아지고, 다른 사람들도 도와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라는 식의 대화법이 필요하다. 소심한 아이라도 부모가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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