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최근 중국의 한 신문이 출산 정책의 변화를 알리는 소식을 실었다. 중국은 1978년부터 1가정 1자녀만 허용했는데, 2015년부터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올해 말부터 부부 중 한 명이 외동이면 두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데, 현재의 부모 세대가 이미 외동아이로 자라왔기에 실제적으로는 대부분이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외동아이가 무척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외동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지 알아보자.

첫째, 외동아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르게 키울 필요가 없다. 외동아이니까 버릇없음이 우려되어 지나친 엄격함으로 키운다든지 또는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너무 강조한다든지 하는 등의 양육태도는 오히려 역효과만 내기 쉽다. 아이는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잃을 뿐더러 자신을 비하시키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고, 과도하게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또는 부모를 포함한 다른 사람의 비난을 피하는 쪽으로만 행동하려고 할 것이다. 외동아이에게도 역시 부모의 사랑, 칭찬, 수용, 격려가 매우 필요하다.

둘째, 혼자서 노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도와준다. 외동아이는 외로울 것이라는 부모의 편견으로 인해서 부모가 무리해서 자꾸 친구들을 불러 준다든지 또는 항상 놀아주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는 혼자서도 무료한 시간을 견뎌내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나아가서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스스로 유용한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게 되면 아이는 항상 자신의 기분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부모에게 무엇인가를 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셋째, 또래 친구들 간의 갈등과 협력은 원활한 대인관계의 기초를 이룬다. 외동아이니까 그리고 귀한 아이니까 다른 아이들하고 절대로 싸워서도 안 되고, 또 밀려서도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 아이들끼리 서로 갈등과 반목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극복하면서 아이가 성숙해 나간다는 것이다.

넷째, ‘적당한 좌절’을 경험하게 한다. 부모들이 ‘어떻게 해서 얻은 내 아이인데 혹은 하나밖에 없는 아이니까’라는 이유로 외동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 결과 아이는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아이는 적당한 좌절을 경험하면서 세상에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배워 나가며, 규칙과 제한을 준수하고 따르는 능력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 첫 좌절은 사실 부모로부터 경험하는 것이다. 아이가 위험한 일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돼”라고 부모가 금지시킨다. 사실 여기까지는 외동아이에게도 부모가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아이는 이를 무시하고 떼를 쓰거나 징징대면서 부모를 굴복시키려고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외동아이의 엄마는 ‘그래 하나밖에 없는 아이인데 웬만하면 그냥 들어주지 뭐’라고 생각하기 쉽고 아이에게 요구했던 행동을 철회한다.

그러나 두 아이 또는 세 아이의 엄마는 형이나 언니를 들먹거리면서 단호하게 엄마의 지시를 따를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형이나 언니가 옆에서 거든다. “야! 너 엄마 말 잘 들어.” 따라서 외동아이에게도 필요한 경우 단호한 제한과 금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으면 외동아이 생각에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할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몸에 배어서 학교에 들어가면 친구들 사이에서 잘 적응하기가 어렵게 된다.

한편,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봤을 때 그(그녀)가 외동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외동아이로 자라서 그런지 역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자신의 책임도 다 못하잖아”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편견이다. 사회적 적응의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그 사람의 일에 대한 능력, 적성, 자신감, 동기, 성격, 대인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외동아이로 자랐느냐 아니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