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태종 부산 삼광사 주지 무원스님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해마다 석가탄신일이 가까워지면 부산 삼광사는 화려한 연등이 장관처럼 펼쳐진다. 삼광사의 연등축제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50곳의 하나로 미국 CNN에 소개될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또한 삼광사는 신도 수 35만 명의 국내 최대 사찰 가운데 하나다.

이 사찰의 주지 무원스님은 지난 2월 취임했다. 무원스님은 천태종 총무원 사회부장·총무부장, 총무원장 대행 등 종단의 요직을 두루 거쳤을 뿐만 아니라 한국종교연합 공동대표, 부산종교인평화회의 상임회장, 부산시불교연합회 수석부회장 등 종교화합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생명나눔실천본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국다문화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불교의 사회복지와 대중문화 운동, 남북 교류 사업을 벌여왔다.

‘부처가 중생을 찾아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사회, 나아가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수행 정진하고 있는 무원스님을 만났다.

― 출가 동기는.
젊은 시절 ‘나란 존재가 무엇인가’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란 존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해 오대산 월정사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입산수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팔도 사찰을 유람하기로 했다.

월정사 스님들은 그곳에서 출가하기를 권했다. 그러나 나는 ‘내 스승은 내가 정한다. 내가 직접 다녀보고 내 마음에 드는 스승을 정하겠다. 인연이 되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단양 구인사로 발길을 옮겼다. 어머니께서 살아생전에 “태백산 구인사에 산부처가 있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구인사에서 4박 5일 기도한 뒤,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백일기도를 하다 보니 이 기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깊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불일 듯 일어났다. 백일기도를 시작하고 49일 되던 날 출가를 했다.

― 스승의 가르침 중 마음에 가장 와 닿는 것은.
천태종의 3대 지표는 애국·생활·대중 불교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생활불교다. 생활 아닌 게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더 깊이 들어가면 ‘마음 쓰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입산해서 스승께 ‘도는 어떻게 닦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스승께서는 “마음 하나 잘 쓰면 도 잘 닦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셨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동네 어른도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볍게 받아들이질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주경야선(晝耕夜禪)하면서 ‘마음 잘 닦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참구했다.

사람 간의 만남 속에서 여러 가지 마음이 일어난다. 그 속에서 기쁜 마음도 화도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화가 날 때 마음을 잘 쓰는 법을 깨닫는 것이다. 한순간 잘 참으면 인생이 달라진다. 참아 보면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행복을 맛볼 수 없다.

사바세계는 인고의 세계다. 참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참는 공부가 필요하다. 마음 잘 쓰는 게 곧 시작과 끝이다.

▲ 지난 8월 27일 삼광사에서 열린 한국종교연합 평화포럼에서 무원스님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삼광사의 프로그램은.
‘힐링광장’을 만들어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돕기 위한 다양한 봉사 문화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국가에서 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곳을 종교인들이 찾아서 보듬어줘야 한다.

복지 정책도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인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맞춤형 복지’가 펼쳐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국민과 소통하는 복지, 진정성 있는 복지가 될 것이다. 이제는 찾아가는 복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삼광사는 시민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세계인을 향해 복지문화를 확산할 계획이다.

―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의 방법은.
사람과 사람은 만나야 정이 든다. 종교인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종교인들끼리 자주 만나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서로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평화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리고 각자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에서는 가정 형편과 생김새, 고향이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교리와 문화가 달라도 화평할 수 있다.

삼광사는 ‘다름이 아름다운 세상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똑같으면 싸운다. 서로 다르므로 이해하고 공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민 단체들이 연대문화를 만들었듯이 종교도 연대하는 문화를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  무원스님(왼쪽)과 박남수(오른쪽, 천도교 교령)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가 종교 간 교류 및 화합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다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바람직한 다문화 정책의 방향은.
다문화 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큰 관심사였다.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접근하다가 다문화 사업을 하게 됐다.

다문화 정책은 이벤트 위주로 흘러가서도 또한 정치인들이 선거용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다문화가정이 스스로 정착할 수 있도록 복지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 종교적 차원에서는 대자대비한 마음을 품고 함께 잘 사는 세상 만들어 가야 한다.

―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하심(下心)과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물질의 부자가 되기를 힘쓰는 것보다 마음의 부자가 되기 위한 수행을 했으면 한다. 마음이 부자가 되면 행복하다. 마음이 가난하면 아무리 물질이 많아도 공허한 것이다. 종교가 있든지 없든지 마음의 부자가 됐으면 한다.

또한 세상에 이치, 순리, 도리에 맞게 살아가는 게 진리다. 이것이 무언인지 생각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욕심을 좇다 보면 진리에 어긋나는 삶을 살게 된다. 진리를 찾아가면 모든 일이 잘되고 탈이 없다.

요즈음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무원스님은 종교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신뢰’를 첫 번째로 꼽았다. 아울러 모든 중생을 자비심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고와 철학, 희생, 헌신 등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종교지도자’라고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사회가 하루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그때 비로소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  천태종 부산 삼광사.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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