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 ‘청정승가 구현’ 한목소리… 종책 제시로 표심잡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의 행정수반을 선출하는 총무원장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며 후보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반면 불법 선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근거 없는 비방·폭로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종단 최초로 후보자 간 종책(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제34대 총무원장 선거의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기호 1번 자승스님, 기호 2번 보선스님, 기호 3번 대우스님, 기호 4번 장주스님, 기호 5번 혜총스님 등 총 5명이다. 후보자들은 잠정적으로 종책토론회를 찬성하고는 있지만 횟수와 의제, 진행방식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후보 측 관계자들을 만나 10월 초 1~2회 정도 종책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조율 중이다. 후보자들은 공명정대한 종책선거로 종도들의 열망에 부합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종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총무원장의 리더십을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가장 먼저 종책발표회를 열어 종단 미래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제시했다. 이어 보선스님과 대우스님도 종책발표회를 열고 청정승가 구현과 종단 쇄신과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장주스님과 혜총스님은 조만간 종책과 공약을 제시할 계획이다.

◆각 후보 ‘종무운영·포교·재정·사회책임’ 차별화
제34대 총무원장선거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각 후보자가 종단의 미래를 야심차게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담은 종책과 핵심 공약들을 제시했다.

기호 1번 자승스님은 교구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8대 기조 13대 종책 과제를 발표했다. 자승스님은 교구가 관할하는 지역의 수행과 포교, 전법을 총괄하는 자치공동체로 거듭나는 ‘교구중심제’ 실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8대 기조는 ▲교구중심제 실현과 신도시 포교 ▲대중공의와 신개념 종무행정, 비구니 권익향상 ▲자성과쇄신결사 추진, 행환경 개선 ▲총본산 성역화 완수 ▲종단 예산 1천억 시대 재정기반 구축과 승가복지 안정 ▲승가교육과 포교 혁신, 신행지침 개발 ▲21세기 불교문화 육성, 전문 인재양성기관 설립 ▲종단의 사회적 책임 구현, 불교시민단체 지원,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이다.

자승스님의 종책은 중앙집권형 구조를 교구중심체제로의 전환과 종단 예산 1천억 시대를 대비한 안정적인 재정기반 구축 그리고 사회 공동선 실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호 2번 보선스님은 청정승가 구현으로 위기의 한국불교를 바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선스님은 7대 기조 8개 분야 종책과 37개 세부과제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스님은 한국불교의 위기를 ‘수행종풍의 실종’으로 보고 출가수행자의 이미지 쇄신을 핵심으로 삼았다.

7대 기조는 ▲수행종풍 확립 ▲중앙과 교구의 협치(協治) ▲공명정대한 종무행정 ▲교육의 진흥과 인재양성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전법강화 ▲대승불교의 시대적 구현 ▲불교문화의 대중화 등이다. 스님이 첫 번째로 제시한 수행종풍 확립은 절체절명에 빠진 종단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청정교단을 확립과 국민의 걱정을 사는 불교의 모습을 ‘공업’으로 보고 초발심의 마음으로 실추된 수행종풍을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기호 3번 대우스님은 총무원장 5년 단임제와 5개 비구니 특별교구 신설 등의 핵심공약을 발표했다. 대우스님은 종무, 교육·포교, 재정, 사회참여 등 4대 분야 공약으로 표심을 잡기에 나섰다. 스님이 제시한 종무분야 공약으로는 ▲총무원장 5년 단임제 ▲비구니 스님 특별교구 5개 신설 ▲종책토론회 법제화 ▲금품선거 관련자의 산문출송, 삼보정재(불교재산) 개인취득자 산문출송 등이다.

교육과 포교분야에는 ▲강원교육 교재 개편 ▲상설 행자교육원 신설 ▲해외 유학생 양성 국제포교사 양성 등을, 재정분야 공약으로 ▲삼보정재 공개 공영화 ▲사찰림·사찰농지 운영 전담기구 설치 등이며, 사회참여에는 ▲생명·가정·자연사랑의 자살방지 ▲종교사회 평화를 위한 화합운동 ▲종교편향 정책, 국립공원 관리 체계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호 4번 장주스님은 선거공약으로 ▲교구본사 중심제 및 중앙분담금 완전 면제 ▲수행경력 도달시 전원 원로의원화 ▲승려 징계제도 혁신 ▲입법을 통한 대사면 ▲종단 선거의 직선제 ▲수행승 우선의 복지불교 등 10가지를 제시했다.

기호 5번 혜총스님은 수행하는 불교, 포교하는 불교, 이익을 주는 불교, 존경받는 불교 등 4대 기조를 내세워 종단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혜총스님은 조만간 종책발표회를 열고 구체적인 종단 발전 계획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선출 어떻게 선출하나… 역할과 권한은
조계종 총무원장은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 스님들의 간접 투표로 선출된다. 선거인단은 어떻게 구성하나. 국회의원 격인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조계종 24개 교구본사의 교구종회에서 10명씩 선출한 240명 등 총 321명으로 구성된다. 가장 관심을 모은 선거인단 선출이 29일 최종 마무리됐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불교광장의 자승스님(현 총무원장)과 3자연대의 보선스님(전 종회의장)이 꼽힌다.

무소불위(못 할 일이 없음)의 권한을 가진 조계종 총무원장은 불교대통령으로 불린다. 조계종 종헌에서 보장하는 총무원장의 역할과 권한은 어떠할까. 종헌 54조 1항은 ‘총무원장은 본종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행정 수반’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그 권한은 막강하다. ▲종헌·종법 제·개정안 제출권 ▲종령 제정권 ▲총무원 임직원 및 각 사찰 주지 임면권 ▲종단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권 및 처분 승인권 ▲특별 분담 사찰 및 직영 사찰 등 중요 사찰의 예산 승인권 및 예산 조정권 ▲특별 분담 사찰 및 직영 사찰 지정권 ▲징계의 사면·경감·부권 및 포상 품신권 등이다. 총무원장은 인사·재정·상벌 등 대부분의 권한을 갖는 최대 권력을 행사한다.

11일 후면 조계종을 4년간 이끌고 나갈 종단 수장이 선출된다. 누가 새 총무원장의 주인공이 될지 불교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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