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안사 주지 관연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불교조계선종 추진위원장 구안사 주지 관연스님

인연 맺은 이들과 함께 천년고찰 제칠암 복원
종교 화합,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는데 힘써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산세가 수려하고 공기가 맑은 경기도 양평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구안사(求安寺, 주지 관연스님)를 지난 11월 찾았다. 온화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사찰 풍경을 갖춘 구안사는 불자들이 언제든 편안한 마음으로 구하고 성불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천년고찰 ‘제칠암’을 복원하려는 장엄불사의 원력(願力, 부처 에게 빌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마음의 힘)을 품은 대한불교조계선종 추진위원장 관연스님을 만나 구안사 창건 배경과 앞으로의 비전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대중불교의 큰 뜻을 품고 ‘구안사 창건’

관연스님은 태어나면서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느 날 길을 지나던 노스님 한 분이 어린 그를 보고 ‘절집에 살아야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고 홀연히 사라졌다. 불심이 깊으셨던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고불총림 백양사에 간 그는 웅산스님을 만나는 인연으로 불문에 첫발을 들이게 된다. 이후 심오한 뜻이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기 위해 불제자가 되어 출가의 길을 걷게 된다.

백양사 항릉스님을 은사로 득도수계한 그는 제방선원 참선수행 10년을 거치고 통도사, 해인사, 운문선원, 중국 남화선사 등에서 7안거를 통해 깨달을 얻게 된다.

백양사 학능 큰스님은 관연스님을 불러다 놓고 ‘서울에 올라가 학문적인 공부와 함께 대중불교를 위해 수행을 더 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다.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서울로 상경한 관연스님은 조계종 자운포교원에서 4년 가까이 거하면서 불자들과 더불어 포교에 전념한다. 또 관악산 원각사에 들어가 주지로 4년 동안 성실히 수행했다. 몸을 아끼지 않고 포교와 수행에 힘을 쏟다 보니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찾은 곳이 지금의 구안사 터였다.

관연스님은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 1987년 구안사를 창건한다. 스님은 사찰을 창건한 당시를 떠오르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때 양평지역은 불교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다. 타 종교인의 왕성한 활동에 비해 스님과 불자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곳(양평)에 와 보니까. 타 종교단체는 많은데 사찰이 있어야 할 곳에 절이 없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불자들이 절에 한 번 가려면 교통편이 열악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해서 이곳에 도량을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불사(불가에서 행하는 모든 일)를 하게 됐다.”

◆평생의 원력 ‘천년고찰 제칠암 불사’

양평은 예로부터 불교와의 인연이 깊다. 고려시대 대표적 선승인 태고 보우국사가 고려 충렬왕 27년(1301) 경기도 양근 대원리(현재 양평군 옥천리)에서 태어났다. 보우국사는 석가세존 제57대손으로, 한국불교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고승이다.

출가의 본면목(성품)이 대비원력 자비심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관연스님은 선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양평지역의 발전과 대중불교에 정성을 쏟고 있다. 스님은 양평사암연합회 총무를 비롯해 양평경찰서 경승위원회 총무, 여주·영등포교도소 교화위원 등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관연스님은 이뿐 아니라 더 큰 원력을 품고 불사를 준비 중에 있다. “구안사 위에 천년고찰인 ‘제칠암’이라는 터가 있다. 학자들의 고증으로 확인됐다. 평생의 원력으로 삼은 제칠암 불사를 위해 지난 26년간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 불자들뿐 아니라 인연 맺은 모든 이들과 함께 힘을 모아 꼭 이루어 양평지역 불교 부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

◆하심(下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 수행정진

관연스님은 아함경의 범문을 인용해 승가의 화합을 강조했다. “세간의 모든 일을 다 함께 더불어 행하고 서로 위해주며 다툼 없이 행하라. 그러면 마치 우유와 물이 서로 화합하듯 자연스럽게 성취될 것이다. 여기 물과 우유처럼 자비스런 눈빛을 지니고 살아가는 비구의 모임을 화합대중이라 한다. 부처님의 교단은 실로 이와 같아서 세상 사람들의 가장 뛰어난 복전이다.”

스님은 불교계 내에서 문중 간의 완력으로 중생제도에 힘쓰지 못하고, 탄식이 흘러나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고 출가자들은 초심을 찾아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하심)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데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관연스님은 잡아함경의 문구를 인용해 종교의 의미도 설명했다. “남을 해칠 마음을 갖지 말고, 원한을 품지 말고, 성내는 마음을 두지 말라. 비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더라도 그것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는 말라. 남의 흠을 애써 찾지도 말고, 약점이나 단점을 들추지도 말며, 항상 자기 자신을 잘 단속하여, 정의로써 자신을 살펴 나가라.”

종교의 가르침은 항상 자신의 마음속에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래야만 진정한 종교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종교의 가르침이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한, 구체적 삶 속에서는 한낱 지식에 불과하다”며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그 가르침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웃종교 간 화합과 더 나아가 상생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종교인들이 우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관연스님은 남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정진하는 데 매 순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보석은 땅에서 나오고, 덕은 선에서 나며, 지혜는 고요하고 많은 마음에서 생긴다. 황량한 들판 같은 인생의 미로를 살아가려면 지혜의 빛을 밝혀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추고, 덕의 안내를 받아 잘 살펴 나아가야 한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가정을 행복하게 하고 사람들을 평안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으면 진리를 찾을 수 있고, 지혜와 덕은 절로 그 몸에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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