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주말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40여 명 교육생을 대상으로 ‘스포츠 미디어 이론’이라는 주제로 2시간동안 강의를 했다. 프로축구연맹에서 실시하는 ‘축구산업 아카데미’ 프로그램이었다. 비록 가족들과 알토란같은 주말 휴식을 반납해야 했지만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고 호응하는 교육생들의 모습에서 밝은 스포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이들 교육생들처럼 스포츠에 대해 연구하고 성찰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미래 스포츠는 더욱 우리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프로연맹 사상 처음으로 마련된 축구산업 아카데미는 K리그 각 구단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풀을 형성, 프로축구 비즈니스 전력 인력활용으로 확대하여 K리그 프론트 역량강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올려보겠다는 게 교육 목적이다. 8월 3일부터 2014년 2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총 25주 동안 연맹 및 구단 관계자, 마케팅 및 미디어 전공 대학교수, 스포츠 미디어 종사 언론인 등이 축구시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전문 프로그램 강의와 토론이 이어진다.

이번 아카데미에는 많은 청년들이 지원해 연맹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축구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지원자는 총 958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33명을 선발, 3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선발된 교육생들 면면도 다양한 경력과 뛰어난 어학실력, 고스펙 등을 갖추고 있었다. 대기업 사원, 국내 로스쿨 재학생, 미국 및 해외 명문대 MBA 졸업자, 국내 명문대 및 스포츠 관련학과 졸업생 및 재학생 등 우수한 역량을 지닌 학생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프로축구를 좋아하고 자신의 적성을 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용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자 지원했다. 한 교육생은 “교육 프로그램 내용이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담고 있고 직접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참여형 수업이 많아 교육효과가 아주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축구산업 아카데미에 많은 청년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어떻게 보면 현장수요를 반영하는 전문인력 교육이 드물었고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 스포츠 시장은 전문인력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어깨너머로 ‘귀동냥’하며 현장에서 이른바 도제식으로 경험과 전문성을 쌓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스포츠 시장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영세하고 낙후돼 전문인력이 설 땅이 마땅치 않았으며 현장에선 전문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하지 못했다. 따라서 스포츠 시장에서의 인력수요는 별로 많지 않았으며 설령 취업을 하더라도 이렇다 할 전문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점차 심각해져가고 있는 청년 취업난은 고급인력의 스포츠 시장 유입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달성과 국내파 선수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등으로 축구는 시장이 점차 커져나감에 따라 전문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축구시장을 충족시켜 나가기 위해선 전문인력 확보와 취업 기회 제공이 모색돼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프로축구가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골프 등 프로화 종목 및 스포츠 산업과 관련한 각종 전문 인력 양성체계 프로그램을 늘려나가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시장도 최근 4년간 평균 12%의 초고속 성장세를 유지하는 ‘블루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청년들이 스포츠 시장에서 활동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경험 등을 쌓으며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건강한 삶과 문화를 창출해나가는 데 보다 많은 기회와 역할이 주어져야 우리나라는 스포츠 강대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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