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정말 오랜만에 프로농구 개막전을 봤다.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서울 삼성의 올 시즌 개막전이었다. 프로농구를 경기장에서 직접 본 것이 하도 오래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15년 전 농구담당 기자를 했을 때는 프로농구를 보는 것이 일상적이었지만 기자를 그만 둔 뒤에는 경기를 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날 삼성과 안양 KGC 경기는 1만여 명 정도로 추산되는 많은 관중이 입장해 개막전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관중석 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코트에 바짝 붙어있던 특별 VIP석. 선수 벤치자리 건너편 코트 A보드 바로 뒤에 설치된 VIP석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자리였다. 일반 VIP석과 분리하기 위해 특별 가이드라인 안쪽에 자리 잡은 특별 VIP석은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자리로 이날은 빈 좌석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반 관중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들어왔을 특별 VIP석 관중들은 농구를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 듯 보였다.

프로스포츠 경기에서 고급관람석은 이제 친숙하게 볼 수 있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농구뿐 아니라 축구, 야구, F1 등 국내에서 벌어지는 프로스포츠에서 고급관람석은 꽤 비싼 가격의 티켓을 구입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프로농구만 해도 특별 VIP석은 정상적인 일반 입장권의 3~4배가 된다. 축구의 경우,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대표팀 경기 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카이박스를 판매, 운영한다. 기업들이 중역들과 거래처 고객들을 대접하기 위해 수백만 원의 스카이박스를 구매, 경기를 관람토록 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식 만찬을 곁들이며 여유 있게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일반 관중들과는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12일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대표팀 평가전서도 스카이박스는 환한 조명등을 밝히며 불야성을 이루었다.
요즘 한창 플레이오프전이 벌어지고 있는 프로야구 VIP석은 야구경기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인 포수 뒤쪽 관중석 룸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에어컨, 소파, 테이블이 마련된 VIP석은 입장료가 수십만 원이지만 관전을 하기에 편하고 쾌적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 6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벌어진 2013 F1 코리아 그랑프리대회 메인 스탠드 입장권은 토요일권 34만 원, 일요일권 72만 원, 전일권 89만 원으로 비싸게 정해졌으나 많은 사람들이 입장권을 구입해 관전했다. 고급 관람석의 가격은 일반석에 비해 3~4배 비쌌으나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F1 경기를 직접 앞에서 보기 위해 자동차 마니아층이 포함된 팬들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관람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점차 엔터테인먼트화하는 프로스포츠의 재미와 흥겨움을 즐기려는 스포츠팬들의 욕구와 열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팬들은 매력적인 프로스포츠 경기의 참 맛을 느끼며 좀 더 여유있고,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프로팀들에게는 고급관람석에서 나오는 수입은 훌륭한 재원을 제공하고 있다. 비록 전체 좌석수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특별실과 회원용 좌석을 포함한 고급 좌석들은 프로팀들이 거두는 입장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프로팀들은 가능하다면 고급 관람석을 늘리기 위한 각종 묘안들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팬들은 고급 관람석에 대해 “돈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VIP석을 찾는다”며 “호화롭게 경기를 관전하는 이들을 보면 소외감과 계급차이까지 느끼게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고급 관람석에 대한 일부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고급 관람석은 스포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다양화, 세분화 추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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