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같은 대학에서 근무 중인 교수와 지난주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여름 방학 한 달 동안 몽고 오지에서 대학생 봉사단원을 이끌고 다녀온 그는 “위생환경이나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학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경우가 많아 아쉽기도 했다”고 지적하며 칭찬과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체육계 학생과 비체육계 학생들이 섞여있던 봉사단원 중에서도 그나마 체육계 학생들이 좀 더 책임감이 뛰어나고 남을 배려하는 희생정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비체육계 학생들은 적은 비용으로 해외여행도 하고 봉사 스펙쌓기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체육계 학생들은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활동을 많이 해 대조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떤 점에서 기인할 것일까. 아마도 학교생활의 환경차이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학교 교육은 시험 성적을 좋게 받는 것보다는 미래의 생산적인 시민을 육성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이러한 이상론과는 거리가 멀다. 어려운 입시관문을 통과한 뒤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성적줄서기’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유리한 신청 과목만 골라 수강하고, 조금만 과제가 많을 것 같으면 수강과목을 드롭하는 것은 대학가에서는 상식이다.

체육계열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를 통해 스포츠에서 인생의 모든 즐거움과 열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나눔과 배려, 협동과 단결 등의 가치를 배워 행동적인 측면에서는 일반 학생들에 비해 자기희생적인 일면을 많이 갖는 특성이 있다. 물론 일부 학생이 지나친 경쟁과 욕심으로 일탈하는 경우도 있으나 스포츠의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과정으로서 스포츠의 혜택은 양적인 측정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미 스포츠의 효과는 여러 사회적 저명인사들을 통해 입증된 바가 있다.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성공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 등 규모가 큰 기업에서는 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펩시콜라 전 CEO 스티브 레이먼드는 “우리는 단체 환경에서 경쟁적이고 추진력이 뛰어난 이를 채용하고 있다. 이러한 자질은 스포츠를 해본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지난 30년 동안 스포츠맨에게서 훈련과 팀웍, 성공을 위한 추진력, 예측 가능한 생산력 등을 갖춘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포브스지 보도는 점차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여성들이 미래를 위해 스포츠를 즐긴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실무직의 여성 중 82%가 초중고에서 조직화된 스포츠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연 7만 5천 달러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는 여성의 절반 이상은 자신을 ‘선수급’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 뉴스케이블 CNN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힘겹고 어두운 시기를 맞은 미국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의 힘이 컸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는 비탄과 슬픔에 빠진 미국민들의 힐링 과정이 돼 주었으며 선수들은 희망과 영감의 근원이 됐다”고 했다.

스포츠는 국가를 더욱 좋게 만들고, 개인에게는 활기찬 인생을 열게 해준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스포츠가 좋아 학교생활 때 스포츠를 많이 즐기고 스포츠 기자로 20여 년을 활동한 뒤 대학교에서 스포츠 관련 전공학자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필자는 지식과 학문의 영역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인생관을 갖게 된 것에 대단히 고마움을 느낀다. 비체육계 학생들에게도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일깨우며 좀 더 넓고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교육자로서 내 책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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