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대가 실망과 불만으로 바뀌면 안 된다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정부는 22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기업의 투자를 살리기 위해 1650건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원칙적 금지, 선별적 허용’으로 돼 있는 포지티브 규제를 ‘원칙적 허용, 선별적 금지’ 방식인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방식은 기업의 투자활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금지 대상만을 열거하기 때문에 규제완화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규제완화 중에는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에 ‘여행업’을 추가하기로 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의료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도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중국기업이 투자해 제주도에 국내 1호 투자개방형의료법인(영리병원)의 설립하기 위해 제주도가 승인 요청한 산얼병원의 사업계획서의 승인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승인과 제주도지사의 허가만 받으면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을 세울 수 있는 지역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줄기세포의 불법시술을 막기 어렵고 응급의료 대응체계도 미흡했다고 승인 보류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승인 보류 결정이 석연치 않고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으며 규제사슬의 벽이 높다는 것과 정부발표와 실제 실행과는 괴리가 크다는 점만 확인한 사례라고도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6월에 ‘국산 S/W 유지관리대가 현실화 대책’을 발표했다. 국산 S/W 유지관리 효율을 10% 올리고 단계적으로 계속 인상하겠다고 해 업계는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관련 단체가 환영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특히, 대통령도 S/W 산업육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 그 기대는 배가 됐다. 그러나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이 내년도 예산에 인상요율을 예산당국에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예산당국도 예산을 반영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기대에 부푼 기업들의 희망은 실망과 불만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도 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장밋빛 정책도 예산을 뒷받침 못해 물거품이 된 예도 허다하다. 이전 정권에서도 수많은 정책의 발표로 생색만 낸 후 실제 실행 여부는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의 형태가 지금 정부에서도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가 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전문가들도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 ‘정부3.0을 통한 창조경제 기반조성’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고 6개월간의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다고 지적한 것도 창조경제의 특성상 가식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없는 점도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발표도 중요하지 더욱 중요한 것은 실행력의 확보가 관건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에서 이번에 발표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산얼병원과 같은 사례가 왜 일어났는지를 곱씹어 보고 실행력을 확보해야만 국민과 기업이 피부로 느끼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미래전략수석 교체를 계기로 창조경제가 구체적인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책구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력을 확보해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나올 S/W 산업종합 발전대책도 구체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계획의 추진과정에서 예산확보가 가능한지, 법령제도상의 정부 규제는 물론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키는 관행적인 행정규제는 없는지, 부처 간 또는 부서 간 장벽은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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