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과 규제철폐가 늦어지면 의료후진국으로 전락한다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정부는 지난 9월 2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양국의 관계장관이 모여 사우디 전체 3000여 개의 보건소와 80여 개의 공공병원에 한국의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HIS는 환자진료기록, 영상검사 결과관리, 처방전달 등 관리하는 정보통신(IT) 시스템이다. 이번 합의대로 진행될 경우 의료IT산업 수출이 1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에서 내년부터 매년 100여 명씩 사우디 의사들을 연수시켜 주는 계약도 맺었다고 한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의료와 정보통신(ICT)의 위상에 맞는 쾌거로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정보통신(ICT)과 인프라, 첨단의료기술을 보유하고도 IT를 활용한 의료서비스는 후진국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의 제약이 없이 언제 어디서나 진료할 수 있는 원격의료만 하더라도 기득권층의 반대로 아직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환자에게 원격으로 진료할 수가 없다. 그에 반해 다른 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에 이어 최근에는 중·후진국도 다국적 기업의 참여하에 원격의료와 휴대폰을 활용한 모바일 헬스케어(m헬스)를 활발하게 추진해 복지 차원에서도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면서 새로운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유엔(UN)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서도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모바일헬스케어를 권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원격진료가 사실상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도 업계는 나름대로 해외시장 개척을 추진하고는 있다. 훌륭한 의료수준과 정보통신강국이라는 명성으로 모바일헬스케어의 개념과 표준을 정한 m헬스프레임워크의 개발을 진행하지만 국내의 구축사례가 없다 보니 애로사항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세계는 우리나라보다 의료나 정보통신 수준이 뒤진 나라들도 원격의료는 복지차원뿐만 아니라 신시장 창출 측면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태국은 이 진료 방법을 적극 활용해 환자가 제때 약을 먹지 않아 사망사례가 많은 결핵환자를 휴대폰으로 원격 관리해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고 한다. 의료관광객의 경우 우리나라는 연 16만 명 수준이나 태국은 연 136만 명에 달하는 것만 보더라도 우연한 일이 아님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론대 공동으로 모바일로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라인(Health Lin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유·무선전화로 진료정보를 주고받고 응급처치를 한다고 한다. 남미 페루에서도 개인이 휴대폰으로 건강데이타를 전송하면 의료기관에서 건강상태의 변화 여부와 발병 여부를 점검해서 통보해 주는 셀-프리벤(Cell-Preven)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

원격진료는 정보통신을 활용해 지역과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한 단계 높은 첨단의료서비스 제공으로 복지수준을 높이고 의료기기산업, u헬스케어산업이 성장하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신산업분야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리병원 도입, 원격진료 허용 등 의료분야의 진입장벽과 규제철폐로 의료산업을 핵심산업으로 키울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 상승하고 일자리가 18만 7000개 창출된다고 한다.

의료산업의 활성화를 막는 현행 의료법을 빠른 시일에 정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의료산업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히, 후진국보다 못한 모바일헬스케어 등 원격서비스는 과감히 규제를 풀어서 신시장을 개척하고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노인 및 중증장애인의 복지 차원에서도 시급히 도입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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