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얼마 전 TV 토크쇼에 ‘거절을 못하는 직원’의 사연이 소개가 되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직원이 성실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착해 거절을 못하고 손님들에게 가격을 깎아줘 매달 100만 원 정도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직원은 자신이 거절을 잘 못해 날린 돈이 2000만 원이 넘고 지금 통장 잔액이 50만 원 정도라고 말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서로 간의 정을 중시하는 우리 정서에는 거절이 다소 매정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많다. 때문에 상대에게 어떤 제안이나 부탁을 받았을 때 ‘노(No)’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례로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 내에서 부탁 받은 일에 ‘노(No)’라고 당당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직장인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자신의 업무에 차질이 생겨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도 77%로 조사됐다.
그런데 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의도하지 않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난감할 때가 많다.

박선미(가명) 과장은 근무 중 보험사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텔레마케터는 전화를 받자마자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자신이 권유하려는 보험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박 과장의 가입 동의를 구했다. 평소 성격 좋고 마음씨 착한 박 과장은 보험에 가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한없이 상냥한 목소리로 보험 가입을 권하는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바로 끊지 못하고 “그 보험은 좋은 것 같은데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하며 진땀을 뺐다. 어렵게 겨우 “다음에 다시 연락하라”는 말로 전화를 끊을 수 있었지만 통화시간은 벌써 30분이 넘었고, 박 과장의 통화하는 모습을 본 상사는 박 과장에게 업무 시간에 쓸데없는 전화를 왜 그렇게 오래하냐며 핀잔을 주었다.

만약 박 과장이 “미안하지만 이미 다른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어서요. 보험 가입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하며 통화를 마쳤다면 박 과장은 자신의 업무시간을 30분씩이나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며, 상사에게 핀잔을 듣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거절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절을 할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나쁘게 생각할 까봐 또는 친분이 있을 경우 서로 간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거절 후 마음이 불편해서 등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거절하지 못하고 무조건 수락하거나 “글쎄” “생각해 볼게” 하며 애매하게 얼버무리게 되면 앞서 본 사례들처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오히려 상대에게 답답함과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거절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개그우먼 김숙은 거절을 잘 하지 못해 속앓이를 했는데 거절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상담사의 조언에 매일 연습을 했고 그러고 나니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제안이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들어 줄 수 없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들어주는 것도 문제가 된다. 상대를 배려하며 현명하게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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