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가 요란하게 나자 바로 옆에 나란히 묶인 어머니가 나를 덮치며 쓰러졌다. 총에 맞은 어머니의 몸이 요동치자 내 몸은 온통 어머니의 피로 범벅이 됐다. 경찰들이 총에 덜 맞은 놈이 있을지 모른다며 일일이 대검으로 찔렀지만 그때도 난 어머니의 밑에 깔려 무사했다.”어느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제주도에서 일어난 참극. 제주 4.3사건의 참혹한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안인행 씨의 증언이다.어린 나이에 눈앞에서 총을 맞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곧 제주 4.3추념일 70주년이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 사태와 그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무려 2만여명의 양민들이 학살된 사건이다. 제주도는 올해를 ‘4.3 70주년 제주방문의 해’로 설정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관련해 원희룡 지사는 지난달 국회에 4.3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4.3 희생자와 유족, 4.3 수형인에 대해 공식 사과해 주시라”고 요청했다.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