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진영의 패권주의가 원인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

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우크라이나는 지금 울부짖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이보다 더 억울할 수 없고 분통 터질 일이 없다.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로 이들의 현실적 운명을 일컫는 예언과도 같은 말이 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울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 돼 가고 단단해져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조국을 위해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골리앗과 싸우고 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태세로 임하고 있다.

이 글을 마칠 때면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과 각오로 임할 것을 확신한다.

 

이제 함께 짚어 볼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8년 전, 1994년 12월 5일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러시아 영국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이 한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에선 우크라이나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핵 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현 국경에 대한 주권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처한다는 내용이 체결됐다. 소위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다.

아이러니한 것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라는 점 즉, 협약에 참여한 당사자가 자신이 약속한 상대국을 침공한 코미디 같은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진 셈이다. 국제사회는 이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직후, 핵폭탄 5000발과 ICBM 170기 이상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하지만 이 조약으로 1994년 5월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고, 1996년 6월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 비핵화를 완료했다.

하지만 부다페스트조약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으며, 기가 막힐 일은 핵무기를 넘겨받은 당사국(러시아)은 비핵화 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하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는 말이 이럴 때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욱이 씁쓸한 것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할 때 미국이나 유엔 안보리에서는 성명이나 제재 등을 언급했을 뿐 군사적 지원은 일체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레오니드 크라프추크 초대 대통령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영국 러시아에 속았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세계 3대 핵전력’을 강대국에게 속아서 넘긴 셈이며, 그 결과는 지금 그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뿐이다.

결국 종잇장이 돼 버린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뭘까.

그 문제는 마지막에 다시 다뤄 보기로 하자.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와 국민의 입장에서 살펴봤다면, 이제부터는 정치적 역사적 측면에서 보다 더 객관적으로 금번 사태를 들여다보자.

무엇이든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금번 사태의 본질을 찾아봐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 같다.

지난 냉전 시대의 종식과 함께 소련(소비에트연방공화국)은 해체됐다.

하지만 정작 동서 냉전의 한 축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해체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0년 이후 서방세력과의 어떤 조건도 없이 자발적으로 소련연방을 해체시켜온 데 반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은 그에 상응할 만한 조치 즉, 나토 해체는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성이 생긴다.

러시아 입장에선 오랜 기간 나토 해체를 기다려왔다 해도 무리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토는 해체는커녕 오히려 동유럽 쪽으로 세력을 확장시켜 왔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 할 것 같다.

심지어 러시아와 서방세력에 낀 우크라이나마저 서방세력화 돼 간다는 점은 러시아로 하여금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르게 했다고 봐지며, 어쩌면 현 사태의 원인으로 보는 게 올바른 분석일 것 같다.

결국 금번 전쟁은 상호 지나친 패권주의가 원인이며,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이상과 같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뭘까.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이라는 자서전을 통해 밝혔듯이, 우리가 남의 나라를 침략은 하지 않더라도 남의 침략을 막을 기초적 힘은 가져야 한다는 가장 일차원적 교훈이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다함께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평화는 욕심으로 잉태된 사람의 뜻으로 이룰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나아가 조약(협정)과 외교와 정치와 군사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없다는 진리 또한 깨달아야 한다.

결국 평화는 사람의 영역을 벗어나 ‘신(神)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꼭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칼로 죽이는 자는 마땅히 자기도 칼로 죽임을 당한다는 진리를 피해 가지는 못할 것이다.

끝으로 우크라이나여! 승리하라! 그리고 영원하라! 온 세계는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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