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분노가 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잇달아 불거진 종교 편향 사례들이 도화선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21일 전국 승려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정청래 의원의 출당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묵언 수행을 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들. (출처: 뉴시스)
불교계 분노가 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잇달아 불거진 종교편향 사례들이 도화선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21일 전국 승려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정청래 의원의 출당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묵언 수행을 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들. (출처: 뉴시스)

21일 조계사서 전국승려대회
정청래 통행세 발언이 기폭제
퇴출 제명 요구 거세지자 
사과 등 진화 나섰으나 실패

“종교차별 중단 외면한건 정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김민희 수습기자] 불교계 분노가 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잇달아 불거진 종교편향 사례들이 도화선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사찰 ‘통행세’ 발언,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 사업, 경기도 광주 가톨릭 순례길 조성 사업, 주어사천진암 불교 역사 지우기 논란, 국공립합창단 찬송가 공연 등까지…. 불교계는 “불교폄훼와 종교차별 중단을 거듭 요구해 왔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교계의 종교편향 시정 요구가 거세진 것은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야산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 지칭하고, 불교계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면서부터다.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마다 미사를 참석하거나 가톨릭 성직자들을 접견한 것 등 불교계에서 여러 차례 종교편향 사례들이 언급되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던 터라 이는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민주당 지도부와 당사자인 정 의원이 사과와 함께 불교계 문화재 관리 지원을 약속하고, 이재명 후보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으나 불교계의 대응 수위는 오히려 더 높아만 졌다. 여의도 국회와 민주당사 일대에서는 거의 매일 같이 정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불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조계종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를 발족, 오는 21일 전국 주요 사찰 주지를 비롯한 종단 중앙종무기관 교역자, 30개 종단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승려, 재가불자 등이 참여하는 ‘전국 승려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다. 전국승려대회 참가자는 약 5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선원수좌회 등이 이끄는 승려대회준비위원회가 조계종 개혁을 위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선원수좌회 등이 이끄는 승려대회준비위원회가 조계종 개혁을 위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6

불교계는 전국 승려대회 이후에도 정 의원 사퇴나 제명 등 여당의 근본적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30개 종단이 가입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과도 협의해 오는 2월 26~27일 중 서울시청광장 또는 광화문광장에서 승려대회보다 더 많이 모이는 ‘범불교도 대회’ 개최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전국승려대회 봉행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은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삼혜스님은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종교차별 및 편향 행위는 현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공공연히 발생했던 문제”라며 “특히 현 정부 들어 그 사례와 정도가 깊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종교차별과 편향 행위가 공공영역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단호한 입장과 단일한 대응을 통해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승려대회에서 불교계의 요구는 세 가지로 집약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종교차별 행위 관련 공직자 사퇴, 종교차별 금지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이다.

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건국 이후 일어난 모든 종교편향 및 불교왜곡 사례를 담아 짚고 넘어가기로 하고 전국승려대회를 봉행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그간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차별 행위들에 대해서도 규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감염의 위험이 큰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종단 내부에서 적지 않은 반대가 일고 있다.

허정스님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를 개최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문화재 관람료라는) 새로운 것도 없는 케케묵은 갈등을 두고 조계종은 새삼 강경 대응 중”이라며 “개인의 탈당과 제명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나서는 것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승려대회도 아니고 겨우 등산객에게 입장료 받지 말라는 정치인의 발언에 이렇게 분개하는 불교계 수준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불교계가 승려대회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조계종 실세로 꼽히는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불교계 시민단체인 교단자정센터는 “최근 10여년간 조계종 적폐청산 세력으로 지적받아온 자승 전 총무원장과 극소수 추종세력이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대선 시기 정치개입이 목적이라면 승려대회의 순수성과 역사성을 오염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승 전 총무원장과 추종세력은 사회적으로나 불교 내부적으로도 명분 없는 정치행사에 승려대회 이름을 붙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전국 승려대회 취소 요구 기자회견’ 중 한 승려가 다가와 회견 참석자가 들고 있던 팻말을 뺏어 찢은 뒤 회견 중단을 요구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전국 승려대회 취소 요구 기자회견’ 중 한 승려가 다가와 회견 참석자가 들고 있던 팻말을 뺏어 찢은 뒤 회견 중단을 요구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일부 스님들과 신자들은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려대회를 취소해야 한다”고 읍소하고 나섰다. “이번 승려대회는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선거개입 시비를 일으키며, 일방적 추진으로 승가 분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바른불교재가모임 백도영 재야불교사연구가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종교부분에 있어서는 대통령 개인종교의 성향을 무차별적으로 선전한 탓에 다른 종교인들에게 불편함을 준 건 사실”이라며 “승려대회도 이런 배경 탓에 탄생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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