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말, 대선주자들이 앞다투어 달려간 건 ‘대형교회’였다. (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2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새해 첫 주말, 대선주자들이 앞다투어 달려간 건 ‘대형교회’였다. (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2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신년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새해 첫 주말 윤석열 명성교회, 이재명 새에덴교회
성경책 끼고 나와 기도… 신도들과 새해 덕담 건네

설교서 기독교적 관점 정책 제정 당부하는 모습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선을 앞둔 시기 대선후보들에게 종교계 종단 중 개신교는 유독 더 주목을 받는다. 개신교 장로인 이승만 대통령의 최고 수혜자였던 개신교는 ‘김영삼 장로’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에 1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번 양당 대선 후보 중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종교가 없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개신교다. 이들 후보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개신교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선을 90여일 남겨둔 가운데 양당 대선후보들은 새해 첫 주일부터 개신교 표심을 잡기 위해 앞다투어 ‘대형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일 오전 7시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예배에 참석해 신년 주일예배를 드렸다. 성경책을 팔에 끼고 선대위 관계자들과 대거 차에서 내린 윤 후보를 교회 관계자들이 먼저 맞이했다. 예배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윤 후보는 신도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예배 설교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맡았다. 

윤 후보는 이날 명성교회를 택한 배경에 대해 “김삼환 목사님과 아주 가깝지는 않아도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후 이날 명성교회를 포함해 총 세 차례 교회를 찾았다. 지난 10월 10일에는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11월 21일에는 서초동 사랑의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당초 무교로 알려진 그가 성경책을 들고 예배당을 찾아 기도하고 찬양하는 모습에 노골적인 퍼포먼스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교회를 찾은 건 윤 후보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교회를 찾았다. 배우자 김혜경씨와 2일 오후 12시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신년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윤 후보는 매 행보에서 자신이 개신교인임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지역을 다닐 때면 각 지역의 교회를 꼬박꼬박 방문한다. 

주목할 점은 설교에서 나온 목사의 발언이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설교 후 예배 말미에 윤 후보 방문을 교인들에게 알렸다면,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예배 시간 “오늘 내가 이재명 후보 방문에 쫄아버렸다”면서 이 후보를 언급하거나 예배 후 직접 마이크를 건네며 교인들에게 새해 인사까지 부탁했다. 

급기야 설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며 제정 반대를 매우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소 목사는 “이 후보께서 한교총에 오셨을 때도 맞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교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해서 인사를 잘 올렸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 줄 믿는다”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어버리면 제가 연구해보니까 가정에서도 부모가 성교육 권한을 빼앗겨버린다. 교회서도 성경적 진리와 가치를 제대로 전파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목사장로기도회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못 열 상황이었는데 이 후보 (당시 경기도 지사)가 “유연한 행정력을 발휘해 백군기 시장과 의논해 법과 원칙을 발휘했다”고 치켜세웠다. 소 목사는 “건강한 미래사회와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존을 위해 앞으로도 한교총에 오셔서 약속하신대로 교계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시고 국민 화합을 위해 애써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오랜만에 소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정말 큰 은혜를 받았다”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섬기고 주님께서 인도하는 길을 따라서 잘 가겠다”고 화답했다.

◆‘규모’를 권력 삼은 개신교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 유력 후보들이 1순위로 교회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규모’다. 2015년 통계청이 조사한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개신교 인구는 약 968만명으로 각 종단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인구 19.7%에 해당하는 수치다. 표의 수를 생각한다면 교회는 절대 척져선 안 될 중요 ‘표밭’인 것이다. 

개신교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특정 후보를 은근히 밀어주는 대신 종단 사업이나 예산 지원 유리한 정책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컨대 일부 대형교회가 예배나 설교를 통해 교인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벌여 논란을 빚는 현상은 각종 선거 때마다 일상화된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2007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신도 10만명이 모인 예배에서 “장로님(이명박 후보) 꼭 대통령 되게 기도해 달라”고 설교해, 서울고법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건국헌법에서부터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서상 노골적으로 종교가 선거에 개입하는 행태에 대해 국민 과반수는 반대하고 있다. 실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정교분리원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67.2%가 찬성했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정교(정치와 종교) 유착’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 확산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단체 성명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거나 목회자 1000여명이 이재명 후보지지 선언을 하고 나서는 등 이미 정치편향적 행위는 속속 나타나고 있다.

◆“교회, 정치 관여할 때 아냐”

교계 일각에선 교회가 이 같은 편향적 행태에서 벗어나 사회 통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선 정국, 기독교’를 주제로 연 대화모임에 참석해 “교회가 정치와 연관되게 작동하면서 교회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이 간과되고 있다”며 “성찰을 통해 교회 본연 역할이 무엇인지 그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속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에게 종교는 삶의 의미를 지속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그만큼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이 많고 해야만 하는 역할도 막중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소강석 목사는 이재명 후보 방문에 대한 일각의 따가운 시선과 관련해 “간혹 선거 기간에 정치인들이 교회에 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지만 예배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정치인이 오고 다른 대선 후보가 와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