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국빈방문한 문대통령
G20과 COP26 계기 회담 불발
종전선언 ‘이견’ vs ‘세부 조율’
日‘과거사 해법’ 기존 입장 고수
문대통령 임기 내 관계 개선 ‘난망’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유럽 순방 마지막 행선지인 헝가리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비세그라드 그룹과의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다자 외교를 계기로 관심이 쏠렸던 한미, 한일 양자 간 정상회담은 결국 불발돼 아쉬움을 남겼다.
◆한미회담 불발에 의견 분분
문 대통령의 이탈리아와 영국 순방 과정에서 한미 정상 간 회담이 기대됐지만, 전날(2일) 헝가리 국빈방문을 위해 떠날 때까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교황 면담과 G20, 공급망 관련 정상회의, COP26까지 여러 차례 마주쳤음에도 2~3분 가량 짧은 대화에 그쳤다. ‘교황 방북’ ‘한반도 평화’ 등에 대한 말을 주고받았지만, 우리 정부가 남북‧북미 대화 재개의 중대 모멘텀으로 삼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에 종전선언에 대한 양측 간 시각차가 커 ‘미측이 회담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 게 아니냐’, 당장은 종전선언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관측이 쏟아졌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우리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답한 바 있어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렸다.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입장차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일각에선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이미 실무적으로 상당한 수준에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조율 과정이 남아 있어 아직은 정상끼리 만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번에도 역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이 만나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가 이뤄졌다. 지난 9월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한 이후 한미 양측이 각 급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조만간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일회담도 성사 안돼… 이유는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와는 대면조차 어려웠다. 기시다 총리가 자국 내 선거 등 일정으로 COP26에 반나절 일정으로 짧게 참석하면서 두 정상의 동선이 맞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전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과 양자회담을 가진 상황이라 애초부터 문 대통령을 만날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과도 짧은 회담을 했다.
반면 외교가 안팎에선 쇄도하는 각국 정상의 구애와 문 대통령의 강행군에 비견되는 외교 일정상 한일 간 만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기시다 총리와 취임 축하 통화 뒤, 아직까지 대면 만남은 갖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아세안+3정상회의에서 간접적으로 대면한 것이 전부다.
일본과는 지난 2019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와의 만남 이후 약 2년간의 외교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퇴임 전 악화된 한일관계의 해결 실마리라도 찾고자 그간 여러 차례 정상 간 만남을 추진해 왔다. 청와대는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지난 7월 도쿄올림픽 때 한일 정상회담을 타진했지만,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로 무산됐다.
문 대통령 임기 내 과거사에서 촉발된 일본의 수출규제 등 양측 간 갈등 현안을 풀어내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한일 당국 간 입장차가 워낙 팽팽해 정상 간 만남에도 별 뾰족한 수가 없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입장이나, 일본은 여전히 한국이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대화할 수 없다는 태도다.
◆한‧헝가리 정상회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전날 밤 헝가리에 도착한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헝가리 영웅광장에 헌화하는 것으로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은 지난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0년만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헝가리 대통령궁에서 아데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본격적인 경제 외교전에 나섰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두 정상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양국이 사상 최대의 교역액을 기록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유망산업에서 양국의 교역이 확대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양측의 실질 협력 내실화 방안 및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원활한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헝가리 정부의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비세그라드 그룹과의 경제 협력 논의에 들어갔다. 비세그라드 그룹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이들 나라의 인사와의 만남을 갖는 등 경제 외교전를 펼쳤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동유럽 4개국의 지역 협력체이며 IT와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 기업들의 유럽 생산기지다. EU(유럽연합) 내 최대 수출시장이자 두 번째 교역 대상이다.
내일(4일)은 한‧비세그라드 그룹과 정상회의를 갖고, 별도 양자회담도 진행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5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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