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훈아의 죽음에 대한 고별사

강희안

모창 가수 너훈아가 죽은 건 나훈아의 슬픔이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의 간암 투병 소식에 긴장을 한 건 나훈아였다 원본인 나훈아가 살아있다는 건 모창 가수 너훈아의 이름값이기 때문이다 그의 떠들썩한 죽음이 나훈아의 전도에 흠집을 낸 것일까 자신에게 한 번도 로얄티를 지불한 적 없는 너훈아, 이제 나훈아는 너의 죽음을 흉내내야 하는 처지다 자기를 키우던 소를 팔아 기획한 1집 앨범을 실패한 김갑순 씨, 너는 나를 복제하느라 자신의 길을 포기했다 30여 년 동안 나의 삶보다 너의 삶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향년 57세로 66세의 삶을 앞질러 간 유일한 이력이 그의 죽음을 새롭게 포장했던 것이다
 

[시평]

모창가수라는 직업이 있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 어쩌다 사단에 연예인이 방문해, 연병장에 군인들을 모아놓고 위문공연을 한다. 그러면 사회자가 유명가수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 중에는 이름도 또 모습도 비슷한 모창가수가 섞여 있기도 했다. 그러면 이를 알아본 군인들은 휘파람을 불며 야유 아닌 야유를 퍼 대기도 했다.

어쩌면 모창가수는 슬픈 이름이다. 일컫는바 ‘짝퉁’이기 때문이다. 키우던 소를 팔아 기획한 1집 앨범을 실패한 김갑순씨, 1집 앨범을 낼 때에는 김갑순이라는 가수로 살고자 했다. 그러나 이의 실패 이후 나훈아를 복제하느라 자신의 길을 포기한 채 30여년을 살아온 삶. 너훈아, 아니 김갑순 씨가 순천향 병원에서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렇듯 한평생 다른 사람을 복제하며, 정작 자신은 포기하고 산 너훈아.

비록 나이는 몇 살 적은 57세의 ‘너훈아’이지만, 살아 있는 나훈아는 이제 너훈아의 죽음을 흉내 내야 할 처지가 된 것 아닌가. 너훈아의 죽음은 나훈아를 앞질러 간 유일한 이력이기 때문이다. 너트를 꽉 조이며 생겨나는 블랙홀 마냥, 너훈아는 평생의 짝퉁을 뛰어넘어, 죽음으로 새롭게 포장되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