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둘

백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음성 꽃동네에서
평신도협회장을 만났을 때였다.

준비된 교황용 의자가
너무 크다며
그 옆 식탁 의자에 앉으셨다

그래서 진천 배티성지 최양업박물관에는
교황용 의자와 실제로 앉았던 의자가
함께 전시돼 있다.

작고 평범한 의자는
전시대 위에 올려져 있고
크고 화사한 의자는
바닥에 놓여 있다.
 

[시평]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제266대 교황이다. 그는 가난한 이들의 성자인 아시시의 성(聖) 프란치스코의 길을 좇겠다며 그 이름을 선택했다. 부(富)의 편중을 성토하고, 교회 안팎의 권력자와 신자들의 위선을 앞장서 비판해왔다. 그래서 숙식의 관저를 교황 사도궁전이 아닌 성녀 마르타 호텔로 바꾸는 등 청빈과 검소의 삶을 실천하는 교황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2014년 8월 14일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리고 8월 16일에 충북 음성군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해 장애인, 한국 수도자, 평신도대표 등을 만났다.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장애아동의 공연 중 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서서 관람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평신도대표를 만났을 때도 준비된 교황용 의자가 너무 크다며, 그 옆 식탁 의자에 앉았다.

삶은 무엇인가. 삶은 곧 행동이다. 행동은 생각의 실행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그 행동이 그 삶을 규정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러한 교황의 마음을 알아 충북 진천 배티성지 최양업박물관에 크고 화려한 의자는 바닥에 놓고, 작고 평범한 의자는 전시대 위에 올려놨다. 세상에 진정 전시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이 작은 의자는 말하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