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대한 낮은인식’ 지적
“피해자 대한 2차피해 여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직권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에 대해선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을 직권조사한 내용을 종합한 이후 논의 끝에 이같은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이 해당하는지에 대해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 같은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 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희롱에 대한 묵인 방조 여부에 대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를 실시하면서 우리 사회가 성희롱 법제화 당시(1995년)의 인식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 외견상 많은 진전을 이뤘음에도 고용, 정치 등 주요 영역에서의 성별격차는 여전하고, 성희롱에 대한 낮은 인식과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우리 사회는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에서 ‘고용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거부의사 표시’ 여부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로, ‘친밀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인지 여부로, ‘피해자-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나 위계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하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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