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첫 기자회견 “그 위력, 세상 떠난 후에도 날 괴롭혔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가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그(박 전 시장)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나를 괴롭혔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사망 후 252일 만이다.

A씨는 17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A씨의 심경이 담긴 글은 이날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대독했다.

A씨는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다. 그분의 위력은 그분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했다”며 “그의 위력은 그의 잘못은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다듬어서 말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내가 입는 피해보다 그가 피해당한 것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하게 했다”면서 “그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잘못을 묵인하고 나를 괴롭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위력은 그들이 나를 괴롭힐 때 동조하고 수단으로 사용됐다”며 “그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주관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은 피해자에 대한 촬영과 녹음이 불가함을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A씨의 전 직장동료로 2차 가해 중단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 비서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서혜진 피해자 변호인단 등이 참석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8일 전 비서에게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오전 시장공관을 나간 뒤 10일 자정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검찰 조사결과, 박 전 시장은 사망 전 측근에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후 5개월 동안 수사했으나 성추행 피소 건은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또 이 사건의 실체가 간접적으로나마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도 무혐의로 결론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