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차별.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홈페이지)
먼지차별.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홈페이지)

남녀 간 다른 ‘성인지 감수성’

3명 중 1명 ‘펜스룰’ 지킬 것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얼굴도 예쁜데 일도 잘 하네.” “역시 여자라서 섬세해.” “남자다워 듬직하네.” - (일상 속 먼지차별의 예시)

지난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기본권 신장 운동에서 비롯된 ‘세계 여성의 날’이 113주년을 맞았다. 여성의 권리와 남녀평등을 위한 여러 시민 단체들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지만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먼지차별’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등의 여파로 조명을 받고 있는 ‘먼지 차별’에 대해 알아봤다.

먼지차별(Microaggression)이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차별이나 나이·성정체성·장애 등 소수자들에 대한 미세하지만 만연해 있는 차별 또는 혐오스러운 표현을 일컫는다.

예시로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는 말이나 남자는 축구를, 여자는 피구를 해야 한다는 인식, 대학생이 아닌 ‘여대생’이라는 표현, 여자아이에게 인형을 선물해주는 것 등 상대방을 비방하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내뱉는 ‘불필요한 말과 행동’ 등이 있다.

국내에서의 먼지차별은 지난 2015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처음 사용했다. 이 단체는 먼지차별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이것들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먼지차별은 폭력이나 욕설처럼 강한 강도로 체감되지 않고 은연중에 휙 지나간다”며 “그래서 겪을 당시에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상대방이 명백하게 악의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대응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으며, 의도와는 상관없이 듣는 이는 그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예시로 “‘몇 학번인가’ ‘전공이 무엇인가’ 등의 질문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할 수 있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먼지차별.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홈페이지)
먼지차별.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홈페이지)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자기 심기가 조금만 불편해도 다 불만인가” “적당히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먼지차별은 어떤 언행을 두고 ‘과하다’ ‘과하지 않다’는 입장 차이로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남녀 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남녀 간 발생하는 먼지차별은 서로 다른 성인지 감수성에 따른 것으로, 이는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청 직원들이 해당 사건을 방관한 것은 아니지만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서 서울시청 직원들은 박 전 시장과 피해자 A(30대, 여)씨를 친밀한 관계로만 봤고, A씨가 느꼈을 수치심과 모욕감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희롱인 것으로 드러났고,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7일 한국리서치에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투운동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응답자의 30~40%가 “가족 이외의 이성과는 술자리, 협업을 피하게 됐다”는 등 ‘펜스룰’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성인남녀 3명 중 1명이 이 같은 차별 문제에 대해 피해가는 방법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가운데 성별 차이로 인한 문제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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