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꽃 걸음 - 김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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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걸음

김왕노(1957 ~  )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마음은 꽃 걸음입니다.

고속으로 달려도 비행기로 차로 가더라도 말을 타더라도

마음은 그리움이 넘치지 않게 조심조심 꽃 걸음으로 갑니다.

꽃 걸음으로 가야 가슴에서 치자 꽃향기 휘날리고

전방 새벽에 안개처럼 하얗게 번지는 아카시아 향기

초병 서던 슬픔의 몇 부 능선에 핀 칡꽃 냄새 납니다.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갈 때도,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갈 때도,

내가 순이에게 갈 때도 순이가 내게 올 때도 꽃 걸음, 걸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지랑이 피고 뻐꾸기 운 것을 압니다.

 

[시평]

‘꽃 걸음’이란 어떤 걸음일까. 아무리 걸어도 힘이 들지 않는 걸음. 절로 가벼이 발길이 옮겨지는 걸음. 걸을수록 힘이 나고, 신이 나는 걸음. 아마도 이런 걸음일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가고 싶은 길이 있고, 가고 싶지 않은 길이 있다. 한 걸음을 떼어도 천근만근처럼 발걸음이 무거워져 떼기가 싫은 걸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멀어도 사뿐사뿐 발이 저절로 떨어지는 걸음이 있다.

꽃 걸음은 당연히 저절로 발길이 떨어지는 걸음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는 걸음이리라. 그리움이 넘쳐나는, 그래서 절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걸음이리라. 그래서 아카시아 향이 절로 나는, 아니 칡꽃 내음이 은은히 풍기는 참으로 싱그러운, 그런 걸음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갈 때의 그 걸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갈 때의 그 걸음, 사람이 사람에게 갈 때의 그 걸음이 바로 꽃 걸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네 삶에서 늘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뻐꾸기 우는, 그런 걸음을 걸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이 세상사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그런 사람일 것이다. 우리 모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향해 꽃 걸음 사뿐사뿐 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기를 새해에는 기원해 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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