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입산 - 최명길
[마음이 머무는 詩] 입산 - 최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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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

최명길(1940 ~ 2014)

누항에 짐을 벗어놓고

백두대간에 들다.

거칠거칠한 발걸음

봉우리마다 장엄 피리소리

산지팡이로 땅을 구르며

허공을 잡아채면

 

아홉 구멍 퀭한 이 육신

걷고 또 걸으리

물 없는 능선을 홀로

 

[시평]

강릉, 속초 등지의 푸르른 동해바다와 설악의 드넓게 펼쳐진 그윽한 가슴을 생각하면, 이성선, 최명길 시인 생각이 난다. 두 시인 모두 지금은 타계했지만, 두 시인 모두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의 깨달음을 아름다운 언어로 시를 쓴 시인들이었다.

특히 최명길 시인은 백두대간을 홀로 종주하는 등 국내의 산만이 아니라, 킬리만자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 한다 한다는 산들을 두루두루 돌아다녔다. 이렇듯 직접 산에 들어가서 산을 몸으로 체득하며 자연의 깨달음을 삶속에서 실천한 시인이다.

최명길 시인에게 있어 산을 오른다는 것, 이는 다만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입산(入山)이다. 등산은 산을 오르며 운동도 하고, 산이 지닌 외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라면, 입산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어쩌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이렇듯 산의 일부가 되기 위해 최명길 시인은 산으로 들어간다. 누항에 짐을 벗어놓고 백두대간에 들면, 봉우리마다 장엄한 피리소리 들려오고, 번쩍하고 우주를 들어 올리는, 그러한 장엄한 기개를 갖게 된다.

그래서 최명길 시인은 ‘입산’이라고 명명한다. 오늘 진정 입산의 깊은 경지에 들어서, 진정한 자연이 된 시인 최명길, 그의 맑은 영혼이 우주의 드넓음이 됐을 것으로 믿어 마지않으며, 이제 8주기를 맞는 그의 입산을 마음으로 그려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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