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호병탁

소나기 지나갔다

개밥그릇에 고인 빗물

그 속을 시침 뚝 떼고 흘러가는

하얀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열심히 헤엄쳐가고 있는

조그만 벌레 한 마리

 

[시평]

여름날 소나기가 문득 쏟아지고, 갑자기 쏟아진 소낙비로 개밥그릇에 물이 고였다. 이렇듯 고인 물 속에 조그만 벌레 한 마리가 빠져 있다. 자신도 모르게 빠진 개밥그릇 속에서 작은 벌레는 그 테두리를 벗어나고자 열심히 헤엄을 친다.

그 벌레가 열심히 개 밥그릇에서 헤엄을 치듯, 그래서 어딘가 그 벌레가 지향하는 목적지에 이르려고 하듯이, 실은 우리들도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혹은 허우적거리며 헤엄을 치며, 삶이란 물살을 헤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개밥그릇의 그 벌레 마냥.

이러한 생존을 위하여, 삶을 위하여 치열하게 허덕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속으로 하얀 구름 한 조각 시침 뚝 떼고 흘러간다. 마치 가장 평화로운 풍경 마냥. 필살의 힘을 다해 헤엄을 치는 벌레의 그 심정을, 아니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름은 다만 흘러만 간다.

하찮은 개밥그릇 속에서도 이렇듯 삶의 치열함과 평화가 함께 공존하듯이, 실은 우리네 삶 속에도 치열함과 평화, 이 모두를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매일 매일 반복되는 우리네 삶 속에서. 그러나 실은 흘러가는 하얀 구름만 평화로움이 아니리라. 비록 하찮은 개밥그릇 속과 같은 세상이지만, 그 속을 열심히 헤쳐나가는 우리 모두들, 실은 아름다운 평화의 모습들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