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한마디] 바이든 시대의 러-미 관계 전망
[외교 한마디] 바이든 시대의 러-미 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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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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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14일(현지시각) 선거인단 투표에서 예상대로 승리함으로써 당선을 공식화했다. 지난 11월 초 선거 이후 침묵을 지키던 푸틴 대통령도 15일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내 ‘성공을 기원하면서 러시아와 미국은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와 도전의 해결을 촉진할 것이며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을 때 러시아에서는 러-미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그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러-미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가늠해 본다.

냉전 종식 이후 러-미 관계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미국은 소련과는 달리 러시아를 글로벌 파워가 아니라 지역강국으로 치부해 왔다. 러시아가 경제사회적으로 혼란을 겪었던 90년대 체제 전환기에 러시아의 국제적인 위상이 상당히 추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푸틴 대통령이 등장한 이래 러시아는 혼란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성장을 이룩해 그간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시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러시아는 소련의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지만 미국은 과거 소련과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서방세계에 대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위협을 느끼는 것은 서방이 아니라 러시아이다. 왜냐하면 냉전시절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이 거의 모두 서방의 군사동맹에 가담함으로써 이제 서방과 러시아 사이 완충지대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뿐이며, 경제규모나 국방예산에 있어 러시아는 서방에 대해 열세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부시 대통령 시절 러시아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협조적이었다. 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의 영향권인 중앙아시아 지역에의 미군의 출입을 묵인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미국의 러시아 경시 경향은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서방에 대해 의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러시아가 더 이상 90년대와 같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게 되자 서방은 푸틴에 대해 반민주적인 독재자 프레임을 씌워 러시아에 대해 압박을 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들이 민주주의를 고양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반푸틴 운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 억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러-미 간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0년대 우크라이나의 복잡한 국내 상황은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했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놓고 러시아와 서방 간 줄다리기가 벌어졌는데 급기야는 내전으로 비화됐으며 현재도 내전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흑해 연안 크림자치공화국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로부터 독립과 러시아로의 편입을 선언하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불법이라고 규정해 맹렬히 비난하면서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노골적으로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는 달리 트럼프 후보는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러-미 관계에 변화가 예상됐다. 그런데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심지어 트럼프 선거 캠프에 러시아와 모종의 연계가 있었다는 의심까지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문제 해결에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해 G7에 러시아를 참여시키려고 몇 차례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관계 개선이 이루어진 바는 없었다.

과연 바이든 시대에 러-미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까?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대외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에 대한 혐오 내지 적대감도 상당하다. 더욱이 이번 대선에 중국뿐만이 아니라 러시아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관계 개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손보는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은 소위 중국과의 ‘신냉전’에서 러시아를 반중 연대에 참여시키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알려진 바와는 달리 러-중 결속은 동맹 수준이 결코 아니며 그리고 견고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 닉슨 행정부가 외교 사고의 혁신을 통해 중국과 화해해 반소 연대를 결성함으로써 마침내 미국은 냉전에서 승자가 됐다. 지금 미국은 그와는 정반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러한 길로 나선다면 러-미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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