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한마디] 외교특보의 이상한 논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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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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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문정인 특보가 한미 관계와 남북한 문제에 대해 돌출발언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10월 하순 동아시아 재단과 애틀랜틱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화상 세미나 및 모 일간지 기고에서 그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 군사적·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제까지 대통령 특보로서 그의 주장이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제시해 왔다고 할 수 있는바 이번 주장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논지는 그의 주장대로 국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기보다는 편향돼 있고, 논리적으로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우선 그는 ‘미국 주도 반중 동맹에 참여하고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거나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탄도탄 등을 배치하거나 남중국해 군사훈련 등에 합류할 경우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경우 중국은 한국에 둥펑 미사일을 겨냥하고 한국방공식별구역은 물론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할 것’이며 그럴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고, 보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한미동맹의 핵심인 상호방위조약 제2조는 ‘어느 한 나라가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에 의해 위협받는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그가 말하는 ‘반중 동맹(Quad)’에 참여했다고 중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경우 미국이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마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존재를 모르진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미국이 동맹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인지 의심한다는 것인데 왜 그런 의심을 깔고 상황분석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이미 산동반도 및 요동반도 등에 한국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실전배치해 놓았으며, 중국 공군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수시(최근 7년간 4천회 이상)로 침범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고도 고려하지 않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는 ‘중국은 러시아 및 북한과의 북방 3자 동맹을 강화할 것이며 1958년 이후 북한에 군대와 무기 및 물류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석유를 포함해 이를 재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그는 ‘북방 3자 동맹’을 과장하고 있다. 1961년 체결된 북중 군사동맹조약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북러 군사동맹조약은 한국의 요청으로 1996년 폐기됐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중국도 동의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때문이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에서 밝혔듯이 현재 결코 동맹관계가 아니며, 양국 관계의 역사를 심도 있게 이해한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그는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이나 중국의 보복이 한국에 가하게 될 충격’을 거론한다. 그가 예시하였듯이 2019년 기준 중국 시장이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중국의 보복이 두렵다고 하는데 그러면 과연 나머지 75%는 상수(常數)일까? 미국은 물론 미국의 대중 정책을 지지하는 일본 및 서방 국가들은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변함없이 시장을 우리에게 개방할까? 미국이 ‘경제번영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을 배제해 전 세계 공급망 내지 가치사슬체계를 새로이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는 경우 한국은 양다리를 걸칠 수 있을까? 더구나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소비재의 비중은 매우 작고 대부분은 자본재와 중간재이며 그 중 상당부분은 한국 기업의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용이다. 즉 한국 기업에 있어 중국은 생산기지일 뿐이고 중국은 강력한 비관세장벽을 통해 한국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막아왔음에도 한국 사람들의 대다수가 중국이 한국 물건을 사준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은 이미 중국내 제조공장을 동남아 또는 인도로 이전하는 등 대처하고 있다.

그는 미중 대립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과 관련해 국익을 강조하고 있는데 국익 계산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1958년에 중공군은 북한에서 철수했는데 미군은 아직도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북중 동맹조약이 엄연히 유효하고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으며 핵무기마저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이 중국을 의식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 접근인가? 그는 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이 미국 대신 한국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거론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아도 한국이 미중 갈등에서 중국 쪽으로 기울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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