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호필소고(湖筆小考)
[고전 속 정치이야기] 호필소고(湖筆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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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진시황의 천하통일은 몽념(蒙恬)이 조국 제(齊)를 멸하면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의 조부 몽오(蒙驁)는 산동성 낭야에서 살다가, 진소왕 시기에 진으로 망명했다. 장양왕 시기에 역사에 등장해 부단히 전공을 세우고 상경이 됐다. 진시황 초년에는 가장 중요한 장군 가운데 하나였다. 부친 몽무(蒙武)는 왕전(王翦)의 비장으로 초를 멸하는 전쟁에 참전했다. 항우(項羽)에게 죽은 왕전의 손자 왕리(王離)는 몽념의 비장이었다. 몽념은 통일 이후 가장 중요한 장군으로 흉노를 막고 만리장성을 수축했다. 진시황은 장남 부소(扶蘇)를 그에게 맡겼다. 아우 몽의(蒙毅)는 진시황의 최측근이었다. 그러나 진시황 사후에 호해(胡亥), 이사(李斯), 조고(趙高) 등과 이익이 충돌하자, 일족이 전멸했다. 이 무장은 문(文)의 핵심인 붓과 유관한 일화가 있다.

몽념은 정기적으로 전쟁 상황을 진시황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죽간에 글씨를 적는 것은 아주 불편했다. 사냥을 하다가 토끼가 꼬리를 땅바닥에 끌고 다니다가 남긴 혈흔을 발견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즉시 토끼꼬리의 털을 잘라 죽관에 끼워서 글씨를 써보았다. 그러나 토끼털에서 기름이 나와서 먹을 흡수하지 못했다. 몇 차례 더 시험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실망한 그는 붓을 돌 항아리에 던져두었다. 어느 날 문득 그 붓이 생각나 집어보았더니 토끼털이 더 하얗게 변했다. 먹물을 찍어보았더니 아주 잘 흡수했다. 글자도 유장하게 잘 써졌다. 석갱속의 물에 함유된 석회질이 토끼털의 기름을 제거한 것이다. 몽념이 붓을 개량했다는 전설이다.

출토된 문물로 보면, 붓의 역사는 몽념의 시기보다 훨씬 앞선다. 그러나 몽념이 붓의 제작기술을 개량한 것은 사실일 수도 있다. 중산(中山)은 토끼털붓의 명산지이다. 이 지역에 주둔한 몽념이 개량했다는 전설도 유력하다. 호북 운몽(雲夢)의 진묘(秦墓)에서 출토된 3개의 붓은 대나무를 관으로 사용했다. 필관(筆管)의 앞쪽에 구멍을 파서, 거기에 필두(筆頭)를 끼워 넣었다. 필관과 같은 길이의 뚜껑도 있다. 붓은 뚜껑에 넣기 전에 아교를 발라 형체를 유지한다. 필관과 뚜껑에는 아름다운 문양도 있다. 진대에 만든 이 붓은 현재의 제작방법이 거의 비슷하다. 전국시대의 초에서 제작된 붓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몽념의 부인 복향(卜香)은 명품 붓 호필(湖筆)의 고장으로 유명한 선련(善璉) 출신으로 붓을 잘 만들었기 때문에 필낭낭(筆娘娘)이라고 불렀다. 절강성 오흥시 동남쪽 70리에 있는 선련은 ‘호필의 도시’라고 부른다. 복선(福善), 보선(寶善), 경선(慶善), 의선(宜善)이라는 4개의 다리가 각 지역을 연결하는 모양이 실로 묶어둔 것 같아서 선련이라고 불렀다. 이 작은 도시는 항가호(杭嘉湖) 평원의 중심에 있다. 2천명도 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원래 벼농사와 양잠을 업으로 삼았다. 작은 다리와 그 아래를 흐르는 물, 돌을 깎아 만든 기슭은 강남 수향의 운치가 돋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누구나 붓을 만들 줄 안다.

선련의 호필공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은 몽념이 붓의 제조법을 전했다고 생각한다. 서진의 최표(崔豹)가 고금주에서 ‘몽념이 처음 제조해 진필(秦筆)이라고 한다’라고 한 것이 근거이다. 선련 사람들은 몽념을 필조(筆祖)로 삼아 마을 서쪽에 몽념사를 세우고, 매년 음력 9월 16일에 성대한 기념식을 거행한다.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진(秦)에서는 필(筆), 초에서는 율(聿), 오에서는 율(律), 연에서는 불(弗)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선진서적 가운데 필(筆)이라는 글자는 없고, 율(聿)은 상(商)대에 등장한다. 진시황이 필(筆)이라는 글자로 통일한 것으로 미루어 필은 진대에 이미 있었다. 한유(韓愈)는 몽념이 중산을 정벌할 때, 모영(毛穎)을 생포했는데, 진시황이 관성자(管城子)로 봉했다고 했다. 모영, 관성자는 붓의 별칭이다. 이 밖에도 붓의 별명은 모추자(毛錐子), 중서군(中書君), 용수우(龍鬚友), 첨두노(尖頭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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