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천하인론(天下人論)
[고전 속 정치이야기] 천하인론(天下人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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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노자(老子) 56장에서는 갈등의 해소를 위해 강한 주문을 한다. 철학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물론 동양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노자를 좋아한다. 주역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지만, 부호나 문장의 난해함 때문에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한다. 도덕경이라고도 부르는 노자는 역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주석을 달거나 해설서를 썼다. 관점에 따라서 워낙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받아들이면 된다. 56장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붙였다. 예민한 정치적 감각으로 대만과 대륙을 넘나들며 열심히 노장철학을 강론한 진고응(陳鼓應)은 이렇게 해석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백성들을 향해 강압적으로 정치적 명령을 내리지 않으므로, 강압적으로 정치적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지혜롭지 못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틈을 메우기를 좋아해, 문을 닫듯이, 예봉(銳鋒)을 문질러 둔탁하게 만들어 분쟁과 근심을 해결한다. 찬란한 빛을 속으로 머금고, 속세에 묻혀 함께 어울리니 이를 ‘현묘(玄妙)하게 아우르는 경지’라고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친소(親疎)를 가리지 않고, 이해(利害)를 따지지 않으며, 귀천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을 존귀한 천하인(天下人)이라고 한다.”

위진시대 현학으로 심오한 철학의 문을 연 천재 주석가 왕필(王弼)의 설명이다.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일의 실마리를 찾는다. 질박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다툼의 근원을 없앤다. 특별히 드러내지 않으니 만물들끼리 다툴 일이 없고, 특별히 무시하는 일이 없어서 만물들끼리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현동(玄同)이라 한다. 가까운 것은 멀리할 수도 있고, 이로우면 해로울 수도 있으며, 귀하면 천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만물은 그냥 자연스러운 상태로 두면 되는 것이지 일부러 덧붙일 것이 없다.”

현대를 정보사회라고 한다. 그 특징은 정보의 질과 양, 속도, 소통시스템, 해석과 활용이라는 면에서 고도의 ‘드러냄’이라는 작용이 아닐까 한다. 매스컴과 퍼스컴이 혼재돼 전달자는 전략적 목적에 따라 가공된 정보를 흘리고, 수용자는 사실을 파악해 유리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노자는 가공된 정보가 주는 사회적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진고응은 친소(親疎), 이해(利害), 귀천(貴賤)을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는 지도자를 존귀한 천하인(天下人)이라고 했다. 국가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을 선발할 때마다 우리는 좌예(挫銳), 해분(解紛), 화광(和光), 동진(同塵)이라는 기준으로 지도자의 자질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현동(玄同)의 참모습이다.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적 전제군주체제를 구축한 진은 강력한 정치권력과 냉혹한 법률로 지역할거주의를 극복했다. 그러나 오랜 분권체제를 유지한 지배층의 반발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한은 초기에 국가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느슨한 정치사상인 황로학(黃老學)을 통치이념으로 채택해 강압적인 통치에 시달렸던 백성들을 통합시킬 수가 있었다.

우주에 가득 찬 먼지는 인간세상의 복잡한 모습과 같다. 따라서 세속적인 생각과 방법에서 초탈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홀로 맑은 생각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는 많은 사람들과 통할 수가 없다. 그러한 생각은 대립적인 면을 알고 있을 뿐이지 통일적인 면까지 안다고 할 수가 없다. 사심을 버린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을 사랑하며 장애가 없어진다. 비로소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유리한 형세를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동기진(同其塵)은 대립적인 것들을 통일하는 차원 높은 원리이다. 노자는 단순히 재능을 감추라는 것이 아니라 대립과 통일의 원리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엄폐하고 있다는 생각만 하고 상대도 진심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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