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노랑나비 - 정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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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

정안덕

방은 우주의 한 점, 엄마는 그 속의 애벌레

치매와 싸우는 엄마, 
밥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며 허기와 싸운다.

오늘, 창문에 스며든 햇살은 엄마의 노리개
붉은 해가 사과라며 허공을 휘젓는 빈손만 바쁘다.

살은 문드러져 마를 날 없고 바람 앞에 촛불처럼 꺼질 듯 이어지는
가냘픈 목소리 삐거덕거리는 문틈으로 사라진다.
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그네를 뛰던 엄마
서울 가면 좋은 한약 좀 보내달라고 애원하던

그 목소리 허공에 뿌리 내리고
텃밭의 애벌레는 노랑나비가 되어 이승을 건너 날아간다.

 

[시평]

우리 어린 시절, 연세가 높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들께서 느닷없이 아무에게나 욕을 하고, 또는 배가 고프다고 하기도 하시고, 어린아이 마냥 행동하기도 하는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어른들은 망령 들었다고 말씀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름 아닌 치매를 앓고 계셨던 것이다.

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마치 한 공간에 갇힌 애벌레 마냥 생활을 하신다. 어머니가 하루 종일 애벌레 마냥 갇혀서 살아가야 하는 그 방은 어쩌면 치매를 앓는 어머니에게는 우주인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광활한 우주에 갇혀서 어머니는 밥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며 허기와 싸우신다. 아니 치매와, 아니 어머니 자신과 싸우시는 거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꺼질 듯 이어지는 삶으로, 그 삶의 가냘픈 목소리는 삐거덕거리는 문틈으로 잦아지고. 잡아도, 잡아도 결코 오를 수 없는 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어머니는 어려운 사투를 벌이셨다. 한 마리 노랑나비가 되어 자신을 가둔 우주를 벗어나 어머니는 훨훨 날아갔다. 엄마의 노리개였던 아침 햇살은 오늘도 창문에 밝게 스미고 있는데. 사과라고 허공을 향해 손을 휘졌던 붉은 해는 오늘도 떠오르는데.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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