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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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길을 걷다가 우연하게 만난 생명체가 있다.

길바닥 틈사이로 난 잡초다. 틈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의 화강석 바닥재에 붙어있는 작은 철재 부속품에서 자라고 있었다. 철재 부속품은 십자 나사가 3개 박혀 있었고 꽃모양의 장식이 있는 대문을 걸어 잠그는 장식 철물로 돼 있었다. 그 중앙에 문의 잠금 쇠가 내려와서 고정시키기 위해서 난 구멍이 있는데 그 안에서 자라는 잡초들이었다.

어찌 됐든 잠금 쇠 구멍 자리를 대신한 잡초는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인 것처럼 버젓이 자리고 있었다.

디자인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영감이 오고 그 가치를 발견하고 완성도를 현실로 구현할 텐데 그 일련의 과정과 결과적인 측면에서 완성도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태초부터 자신이 있었던 것 같은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자신의 자리였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은 것 말이다.

디자인도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고 생각하면서 길 중앙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잡초에 어떤 것이든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생명력의 시작이리라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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