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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은 요원하기만 한 건가. 신기루와 같이 꿈과 환상에 지나지 않은가.

지난 6월 15일은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날이었지만 다음날인 16일 오후 2시 49분, 2년 전(2018.4.27)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 마주 앉아 극적으로 일궈낸 남북화해의 상징이자, 남북 성과 중 가장 괄목할만한 결실이며, 향후 남북 평화 교류의 물꼬와도 같았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30초 만에 큰 굉음과 함께 사라지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우리 국민은 경험해야 했다.

북한은 대남관계에서 대적관계로 전환하겠다던 호언을 한 지 3일 만에 이를 전격 단행했다.

젊은 지도자들의 혈기에 찬 불장난이라 여기기엔 북측의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이고 조급함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전쟁 대신 평화무드가 조성돼 지도자와 정권의 치적이 어느 정도 인정되므로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대북제재라는 원치 않는 결박으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인민들에게는 경제발전 5개년의 공약마저 지키지 못하는 몹쓸 지도자가 돼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국경은 원천봉쇄조치에 들어가 대중국 수출의 90%이상이 줄었고,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들어나는 현실에 직면했다.

어찌 이뿐인가. 대북 전단 살포가 20년 동안 있어왔다고는 하나 최악의 상황에서 날아 들어오는 대북전단을 통해 최고지도자의 존엄은 사정없이 짓밟히고 있으니 인내의 한계를 느꼈으리라 애써 이해하고 또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지도자로서 건강이상설이라는 말이 회자 되듯이 북한조직의 특성상 후계구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젊은 여성이고 친동생인 김여정밖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 삼아 대남도발을 감행함으로 후계자 힘 싣기에 나서야 하는 등 내부 문제를 감추고 희석시키기 위해 철저한 각본에 따라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은 왠지 어색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작금의 사이코적 행태는 북한답다는 생각이 드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게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맹목적이며 강약조절능력이 없고 원칙 없는 한국의 지도자와 정부를 바라보는 북한 지도부의 인식이 두려움 없는 코미디 같은 현 상황을 초래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속셈은 미국을 설득해 대북제재를 완화시키고,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남측이 독자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라는 협박이며 독촉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동네 전쟁놀이 하듯이, 손바닥 뒤집듯이, 국제 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거망동하는 것은 같은 동포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어찌됐든 이 대목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태고 이후 다툼과 분쟁과 전쟁이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이 분쟁의 역사를 끝내고자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없지는 않았을 터, 수많은 평화 운동가들이 평화를 외쳐 왔고 심지어 노벨 평화상까지 제정해 봤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평화실현을 위해 수많은 단체와 조직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얼마나 반복해 왔던가.

그 중에서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국제 연맹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국제연합(UN)을, 이 조직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고 다시는 전쟁 없는 평화의 세계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세계적 평화조직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UN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평화를 위해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모순된 논리 속에, 전 세계인은 그것이 마치 진리인양 좋게 여기게 됐으니 지금의 현실이다.

이제 반복돼 온 분쟁과 전쟁의 역사를 통해 적어도 평화의 몫만큼은 사람에게 있지 않고 하늘에 있음을 깨달을 때가 되지는 않았을까. 사람의 수단과 정치와 외교와 군사적으로 절대 평화와 통일을 가져올 수 없다는 답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깨달을 건가.

평화는 하늘의 것이고, 백성이 곧 하늘이니 지구촌 지도자들이 자기 백성의 생각을 듣고 만민의 생각을 모아 설득하고 이해시켜 하나같이 평화의 필요성을 깨달을 때 그 깨달음 자체가 곧 평화요 평화의 세계가 찾아 왔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 세상은 깜깜한 밤이 되어 깊은 잠에 취해 깨닫지 못하고 있으나, 얼음 강판 밑에서도 물은 흐르듯, 앞서 언급한 지구촌이 원하고 만민이 원하고 하늘이 원하는 평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천종지성(天縱之聖). 하늘이 보낸 평화의 사자는 지금도 저주와 모욕과 핍박을 받으며 조용히 지구촌의 전쟁종식과 평화의 일을 이루어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모두가 동참할 때 평화는 야단법석이 아닌 홀연히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김진호 화백 ⓒ천지일보 2020.6.21
김진호 화백 ⓒ천지일보 20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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