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에 소장된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은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이 1232년(고종 19)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자 고려가 대장도감을 설치하여 16년만인 1251년에 완성한 것이다. 당시 대장경을 조성하게 된 배경은 몽골군의 침입을 격퇴하려는 민족적인 염원에서 흩어진 민심을 불심(佛心)으로 통합하여 한자 한자 정성을 기울여 판각하였으며, 가장 완벽한 대장경으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필자는 대장경을 말하고자함이 아니며 대장경 조성이 주는 교훈을 나누자는 것이다. 적은 외부로부터 침략해 오는 적이 있고, 국론이 분열돼 민심이 흉흉하고 부패해 탐관오리가 들끓는 내부의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부의 적이 결국 외부의 적을 생산하는 것이니, 적은 곧 분열되고 부패하고 붕당으로 자신과 자기편만 살길을 찾고 탐관오리는 들끓어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아우성치는 현실 그 자체며, 나아가 자신들의 실정에 대해 인정하기보다 과거 정부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도덕함과 파렴치함으로 나타난다.

이는 구한말 세도정치(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하늘을 보고 통곡할 때도 자신들의 부귀와 권력과 권세만을 누리다가 외세를 불러왔고 결국은 나라를 잃고 말았다.

더 중요한 교훈은 위난 극복을 위한 지도자의 제일 덕목은 ‘국민 대통합의 정신’을 이끌어 내는 것임을 발견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교훈과 함께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위난 가운데서도 오직 정권과 정권재창출에 함몰돼 이젠 국민기망은 다반사가 됐고, 심지어 도덕과 윤리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어찌 그뿐이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천국’이 되고 ‘무능천국’까지 되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잿더미 속에서 산업화를 일궈냈고, 산업화 속에서 다시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힘들게 이뤄냈고 지켜온 귀한 가치는 이념과 진영이라는 허망한 프레임에 갇혀 일순간에 쓸모없는 흉물이 돼 사라지고 있다.

법치국가라는 헌법의 가치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지 세력을 의식하고 의지한 국민청원제도라는 여론몰이의 수단에 여지없이 희생양이 돼 추상같던 법의 위상은 오히려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현실을 초래하고 말았다.

여론은 참고의 대상이지 결코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것, 그것도 정권의 유‧불리를 쫓아 입맛대로 해석하고 발표하는 원칙도 기준도 없이 그저 국민들을 양분시켜 갈등유발의 촉매제 역할을 해 왔을 따름이다.

간과하지 말고 명심해야 할 것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시하는 나라는 곧 불신의 나라가 돼 그 끝은 망국이라는 점을 경(輕)히 듣지 말기를 주문한다.

법 대신 여론중시 통치는 온 나라를 갈등의 세상으로 이끄는 첩경임을 잊지 말라. 법무부와 검찰청의 치킨게임, 두 기관의 장을 임명한 임명권자는 왜 수수방관하며 온 나라를 갈등천국으로 몰아넣고 있는가. 우유부단인지 무능인지 무책임인지를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여론의 향배를 보며 저울질을 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궁금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동산 정책 등 입을 열어 발표만 하면 온 나라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으니 무슨 조화인가. 이 같은 지도자의 무책임한 처신은 집을 팔지 않기 위해 2급 공무원으로 승진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논리로 살아가야 하는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개념도 원칙도 기준도 없이 그저 여론정치로 온 나라와 국민을 갈등의 세계로 몰아넣고 있으니 그 장본인이 누구겠는가.

어처구니없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온 세계가 감당하고 있는 질병이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함에도 지구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해석을 특이하게 하는 유일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 해석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에 전염되면 죄인이 되는 나라다. 따라서 국정조사를 받아야 하고 검찰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 규정조차 모든 국민과 조직과 단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특수한 단체에만 적용되고 있으니 그 규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도무지 알 수 없다.

조사를 받아야 하는 구차한 이유가 없지는 않다. 명단 제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명단 제출에 100% 응하지 못한 것이 죄라면, 그러한 죄는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와 인권 보호차원에서 개인은 신분을 보장받을 자유가 있는 법치국가라면 이 법은 어찌해야 할까.

신천지교회는 금번 코로나19로 인해 신분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부정적 여론에 따른 가정폭력으로 2명이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수많은 가정불화와 심지어 직장을 잃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적 인권침해의 가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종교의 자유와 개인 인권이 존중받을 권리를 대한민국 국민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며, 이를 침해받은 데 대해선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억지일까. 누가 누구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겠냐는 뜻이다.

오죽하면 세계지도자들이 대한민국 정부의 웃지 못할 이 촌극에 우려를 표명하며 당장 멈출 것을 주문하고 나설까.

정부는 비겁하게 변명하지 말고 책임을 국민에게 뒤집어씌우지 말기를 지금이라도 주문해 본다.

무엇보다 지금은 위난의 시대다. 고려의 지도자들이 불심으로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아 대통합을 이뤄 국난을 극복하려 했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오늘의 위난 극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국민을 하나로 묶는 대동단결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김진호 화백 ⓒ천지일보 2020.7.12
김진호 화백 ⓒ천지일보 20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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