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사회에 이슈화 된 것은 2008년 진용식 목사가 ‘개종을 목적으로 정백향씨를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부터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으로 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었던 진 목사는 정씨의 종교를 포함해 기성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 출석하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개종을 진행했고, 이후 강제개종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기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강제개종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그 수법이 달라졌다. 먼저 강제개종 목사들은 표적이 되는 신도의 가족에게 먼저 신도가 다니는 교단에 대한 비방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아내, 부모가 이단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납치‧감금‧폭력 등 불법 행위로 점철된 개종 프로그램은 가족을 살리기 위한 ‘지푸라기’가 된다. 이같은 이간질에 21세기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은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본지는 강제개종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고 억압을 받으면서도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피해자들의 눈물 섞인 호소를 연재하고자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스크‧검은 잠바 입은 장정 동원

협박‧납치해 냄새나는 펜션에 감금

 

일주일 후 등장한 이는 개종 목사

친척‧친구 대동해 정신이상자 취급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세뇌

경찰‧국과수 동원 실종자 수색해

가족‧종교문제로 치부해버린 경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랑했던 가족에게 강제적이고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한 개종 프로그램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한목소리로 호소한다. 낯선 이가 아닌, 특히 관계가 좋으면 좋을수록 그 트라우마는 더욱 심한 것으로 보인다. 장주연(가명, 41, 여, 경기도 과천시)씨도 납치되다싶이 감금돼 진행된 강제개종을 겪은 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경찰 등 공권력에 억울함을 신고 했어도 종교‧가정문제로 치부했고, 호소할 곳 없이 사연을 간직한 채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후유증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그는 이단 상담소 철폐, 종교증오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다음은 장씨의 호소문 전문이다.

(2010년 강제개종 당시) 저는 서른한 살의 성인 여성이었습니다.

 

그해 겨울 1월 16일은 제가 강원도 홍천으로 납치돼 십여일 넘도록 감금돼 있다가 탈출한 날입니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일정을 마치고 집에 귀가했고, 제 방에 대충 옷을 걸쳐둔 채 컴퓨터를 켜두고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갔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샤워를 하고 나와서 속옷도 입지 못한 채 잠시 옷을 걸치고 방으로 가는데 아버지께서 부르셨습니다. 옷을 제대로 입고 나오겠다고 하자 당장 오라고 고함을 치셨습니다. 사는 동안 언성을 높인 적이 없는 분이어서, 놀란 마음에 다가가니 언니와 엄마는 이미 나갈 채비를 다 마치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잠바를 입은 남자들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세상 살면서 몇 명이나 그런 일을 경험해볼 수 있을까요. 그 순간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그 장정들은 손에 성인인 저를 끌고 갈 수 있을 만큼 두꺼운 줄을 들고 서 있었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방법대로 끌고 가겠다며 협박을 했습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신고 후 119에서 우리 집 문을 따고 부셔 열고 들어갔을 때는 이불 더미와 청테이프, 큰 부대 등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현금 500만원이 함께 있었으며,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각본과 시나리오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면 제정신과 제 몸으로 제대로 온전하게 이동할 수 없었을 것은 너무나 훤한 일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절대적으로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성품으로 이날까지 살아오셨는데, 워낙에 선하시고 순하시던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날과 같은 일이 시작됐는지 모릅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끌려가자 도망치지 못하게 형부가 대기하고 있었고, 아버지의 차량 말고도 다른 차량이 뒤에 따라붙으며 서울에서부터 강원도 산골까지 내비게이션조차 켜지 않고 무섭게 달려갔습니다. 이미 몇 번 와봤고, 제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게 모든 것을 차단하며 진행한다는 것이 뻔하게 보였습니다.

(도착한 곳의) 방 안에는 화장실도 같이 있었으며, 다 지어지지 않은 펜션이어서 하수처리가 되지 않아 역류하는 냄새가 고약했고,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내부에는 낡은 통나무 탁자 외에는 시계나 TV 등 어떠한 것도 없었으며, 방문은 밖에서 잠그게 돼 있었고, 다른 문을 열어야 나갈 수 있는 2중 문으로 돼 있었습니다.

낡은 통마루를 있는 힘껏 들어 던져봤지만, 유리창은 깨어지지 않도록 강화유리로 설치해뒀고, 살고자 나온 제 행동들은 두려움의 결과가 아닌 정신이상자로 보이게만 했습니다.

부모님은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렇게까지는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를 연발하셨고, 그렇게까지 하는 자신을 자책하다가도 방을 나갔다가 들어오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변하셔서 다시 정신이상자 취급을 했습니다.

그 방안에 가둬진 채 저는 개종 교육을 받으라는 강요만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아야만 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나가서 가둬지지 않은 곳에서 받겠다고 했지만, 절대 불가능한 요청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이 계속 흐르자, 적막한 방안에서 ‘이러다가는 정말 미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날짜도 시간도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이것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고 했습니다.

옆 방에는 5살짜리 조카가(엄마보다 이모를 더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혼자 있기 어려웠는지 그곳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저는 철저한 소외감과 공허함에 계속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벽지를 뜯어 바를 정자를 새기고 하루하루 겨우 날짜를 세어나가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입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친척들과 친한 친구까지 강원도에 불러서 미쳐서 날뛰는 정신이상자로 취급하며 불쌍한 취급을 했습니다. 가둬진 지 일주일이 넘어 겨우 개종교육 목사가 도착했고, 그들은 웃으며 들어왔습니다.

한없이 지쳐 있는 제게 그들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계속해서 세뇌하듯 강압적인 개종교육을 했습니다.

그 방안에서는 성인 남자 셋에 여성인 저 혼자 있었고, 나갈 수도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쉬는 시간조차 방안에 가둬진 채 정신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여태껏 부모님께 제게 하는 모든 방법을 알려준 사람들이 그들임이 너무 훤할 만큼 부모님은 그들 말에 목사, 전도사 신분의 성직자라 여기며 순종적이었습니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에게조차 소식을 끊어지게 해 두 사람 모두 피폐한 삶을 살게 하고 결국 십여 일간 직장을 나가지도 못하고 실종된 사람을 찾으러 다니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경찰은 그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아파트 CCTV 등을 통해 심각한 상황을 확인하고 119와 국립과학수사대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종교·가족문제로 치부하고는 납치됐던 당사자인 제게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다.

동일한 범죄 유형들이 연간 수십 건일 텐데도 결국 부모님을 처벌해야, 그 원래 계획·방법을 주도한 개종 목사를 고소해 처벌할 수 있다고 하니 경찰도 누구도, 어떤 도움 없이 십여 일을 가둬졌다 나온 저는 다시 한번 끔찍한 피해를 호소할 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청, 인권위, 국회, 청와대, 어디 한 곳 빠짐없이 진정서를 넣어봤지만 결국 회피하는 답신이 전부였습니다. 겨우 빠져나온 끔찍한 범죄 현장 속에서 저는 살면서 지우지 못할 고통과 두려움을 가지고 나오게 됐습니다. 가족에게 찾아가는 것이, 집에 들어가는 차, 집안조차 두려워 명절에도 눈물로 지새워야 하고 내 곁에 차량이 주차를 위해서 와도 지나다니면 몸이 경직되며 다리는 떨어지지 않는 순간이 계속되는… 또하나 경찰도 사회도 결국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불신…

어떤 것도 그 사건이 아니면 절대 벌어질 수 없었던 인생의 평탄한 삶에서 제 인생과 가족의 행복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상처가 치유되는 감정의 일로만 보는 인권의 무관심으로 보지 마십시오. 이는 범죄이며 철저히 드러나서 해결하고 처벌해야 하는 일임을 꼭 인지해서 다시는 저희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이단 상담소 철폐, 종교증오금지법 제정을 적극 실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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