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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택 미술관 도슨트/성경명화 해설가/인문학강사

 

추수중의 휴식(룻과 보아스) 밀레, 1853, 67*119cm 보스턴 미술관

고흐가 밀레를 존경했었고 밀레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는 것은 고흐나 밀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릴 적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이나 만종 등의 그림이 이발소나 농촌지도소에 붙어있던 기억이 있다. 1800년 이전까지는 주로 종교화나 신화관련 그림이 주종을 이루었고, 역사의 위인들이 그림의 대상이었다면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농부나 옆집 아낙네등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민중들로 대상이 바뀌어갔다. 밀레는 농사짓는 수고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었던 것이다. 이 그림은 추수 중에 휴식하는 농가의 장면을 구약 룻기를 모티브로 삼아 그린 걸작이다.

①보아스는 일군들에게 룻을 소개하며 이삭을 주울 때 책망하지 말고 신경써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 같다. 보아스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있고, 룻은 이삭을 한 가득 주워가지고 있지만 당당한 보아스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움츠리고 있다. 룻 뒤에는 개가 있는데, 서양화에서 개는 충성을 상징한다. ②일군들은 주인에게 생긴 새 여인이 어떤 사람인가하고 룻에게 집중하고 있다. 전면에 나와 있는 일군들이 몇 명인지 한 번 세어 보는 것도 재미의 요소이다.

룻기의 시대적 배경은 사사시대이다. 룻은 나오미의 둘째 며느리이다. 나오미의 남편은 엘리멜렉이고 유다 베들레헴 사람이었는데 흉년들어 모압 땅에 거주하고 있었다. 거기서 두 아들들이 모압 여인들에게 장가들었으나, 남편도 두 아들도 다 죽게 되었고 베들레헴으로 돌아올 때가 되어 며느리 중 오르바는 모압 땅에 남게 되었으나 룻은 끝까지 시어머니를 따라 이스라엘 땅으로 오게 되었다. 원래 모세율법에는 이방 여인과 혼인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방여인을 따라서 이방신을 섬기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룻의 동서였던 오르바는 그 백성과 그 신(그모스)에게로 돌아갔지만, ‘어머니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리니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고 고백하며 끝까지 어머니를 따르는 믿음을 보였다(룻 1:16~17). 우상에게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 바뀐 것이다. 그 지방의 유력자였던 보아스는 이방여인이었던 룻의 이런 효심과 충심 그리고 근면 성실함과 믿음에 대해 소문을 듣고 있었고, 세간의 평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부였던 룻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 룻은 라헬과 레아 그리고 유다로부터 베레스를 낳은 다말과 같은 반열에 올랐고, 예수님의 족보에 이방 여인으로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는 여인이 되었다. 룻이 칭송받아야 마땅하지만 남편을 잃고 고향땅을 버리고 늙은 시어머니를 따라서 간다는 것은 시어머니 나오미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바탕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오미의 신앙과 인품이 룻에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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