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권고사직 - 황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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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

황상순

그가 떠난 빈자리로 모처럼 햇살이 찾아왔다
응, 어디 갔지? 어디 갔을까?
바람에 흔적 없이 쓸려간 것을 모르는 듯
눈치 둔한 햇살은 종일토록
주인 잃은 책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시평]

권고사직,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이,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 두도록 권고가 돼,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일. 참으로 어이없음을 지나, 가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러한 대책도 없이 회사의 결정에 따라 그만두어야 하는 황당한 사건. 그래서 책임 져야하는 가족도, 또 무엇도 아무러한 대책이 없이 맞이해야 하는 막막한 일. 세상을 살다가 보면 이러한 황당한 어려움을 때때로 겪고 또 견뎌내야 함이 우리네 인생살이이기도 하다.

권고사직을 당하고, 그 사람이 떠난, 그래서 빈 책상 위, 아침을 맞아 따스한 햇살은 찾아와 비추고 있다. 그리고는 주인이 없는 책상 위에서 하루 종일 햇살은 머무른다. 책상을 어루만지듯, 종일을 머물러도, 책상의 주인은 보이지 않고.

햇살만 홀로 남아 이리저리 빈 책상을 비추는 오후. 햇살, 마치 권고사직으로 떠난 그 주인을 위로하듯이 책상을 어루만지고 있구나. 따스한 햇살의 온기로나마, 아픈 마음을 덥여주는 오후, 권고사직으로 떠난 그 사람, 그 막막한 마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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