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향기법문 - 우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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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법문 

우정연

불국사 산문 들어서니 쑥부쟁이
다소곳이 앉아 있네
도량은 넓고도 수려하고
가장자리 숲길은 속 깊은 이야기 중인데
불이문 앞에 뿌리처럼 서 있는
느티나무 등걸 쓸쓸하게도 보이는데
석가탑은 온몸을 부려놓고 와선 중이고
다보탑이 고즈넉이 경을 듣고 있는데
쑥부쟁이 향기 그윽한 법당은
물큰물큰 법문을 토해내는 중인데

 

[시평]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를 지나,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튀어나온다는 경칩(驚蟄)이 다가온다. 이제 본격적인 봄맞이 계절이 왔다. 따스한 햇살 내려 비추는 뜰에는 벌써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난다.

풀꽃 향기 막 퍼지는 봄날 불국사를 찾아가니,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불국사 뜰에 마악 돋아나는 쑥부쟁이다. 그렇다. 부처님 자비가 물씬 풍기는 봄날의 전령사, 쑥부쟁이. 이가 바로 향기로운 부처님의 법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직 겨울의 모습 그대로 지닌 채 서 있는 불이문(不二門) 옆의 느티나무, 그 등걸 아직은 쓸쓸해 보이는데, 석가탑과 다보탑이 서로 마주하고 고즈넉이 불경을 듣는 듯 서 있는데,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고 골똘히 묵언수행을 하는 듯 펼쳐진 불국사의 전경.

이제 막 새싹을 티우는 쑥부쟁이, 그 향기 가득한 불국사 법당. 겨울 가고 봄을 맞아 천지가 새로운 기운으로 활기를 찾는 그 자연의 이법과 함께 퍼지는 봄의 향기. 이야 말로 진정한 부처님 가르침의 향기를 가득 담은 그 법문이 아니겠는가.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의 향기, 봄날의 그 향기로운 힘이 바로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부처님 법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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