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슬픔의 힘 - 최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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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힘

최서림

 

기쁨은 염소같이 곧잘 옆길로 새지만
슬픔은 한 생애를 황소처럼 끌고 간다.

샛길로 샌 기쁨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눈물을 삭이며 걷는 슬픔은 길을 잃지 않는다.

기쁨은 슬픔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이다.
바닷물이 짤수록 빙산은 오롯이 잘 떠 있다.

 

[시평]

기쁨이라는 것은 그 기쁨이 머무는 그 잠시 동안만 우리를 들뜨게 하지만, 슬픔은 오래 오래 우리에게 남아 있으며,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해준다. 그래서 시인은 기쁨을 옆길로 곧잘 새는 염소에 비유했다면, 슬픔을 우직하게 한 길을 이끌고 가는 힘을 지닌 황소에 비유를 하고 있다. 

그렇다. 슬픔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삶을 포기하고 싶은, 그러한 충격을 주기도 하지만, 그 슬픔을 이겨낼 때에, 그 슬픔은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진정 슬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삶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진정 눈물을 흘려본 사람이라야, 그 눈물을 삭이며 진정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세상을 이끄는 힘, 이 세상을 진정 세상다운 세상으로 만드는 힘, 이 세상을 참다운 세상으로 밝힐 수 있는 힘. 어쩌면 기쁨보다는 슬픔의 힘, 슬픔의 눈물에서부터 비롯된 것 아니겠는가. 환희는 잠시 우리를 들뜨게 하고는 이내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지만, 슬픔은 오래 오래 우리를 지탱시키고 또 이끄는 그러한 힘으로, 우리에게, 우리의 저 보이지 않는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그러한 힘, 힘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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