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목련 -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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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이재무(1958 ~  )
 

 사회복지사가 다녀가고 겨우내 닫혀있던 방문이 열리자 방 안 가득 고여 있던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무연고 노인에게는 상주도 문상객도 없었다 울타리 밖 소복한 여인 같은 목련이 조등을 내걸고 한 나흘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시평]

예전에도 그랬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근년에 이르러 부쩍 독거노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예전에도 이러한 경우가 없지 않아 있었겠지만, 사회적인 관심이 지금만 못해서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른다. 여하튼 이즘에 이르러 독거노인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또 이야기되고 있다. 혼자 살면서, 홀로 병마와 싸우며, 그러다가, 그러다가 언제 죽은지도 모르다가, 어느 날 사람들에 의하여 발견이 되었다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언론에 보도가 되곤 한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는 말이 있다. 늙어 부인이 없는 사람인 홀아비를 뜻하는 환(鰥), 늙어 남편이 없는 여인을 뜻하는 과(寡), 아직 어린 나이에 돌봐줄 부모가 없는 아이인 고(孤), 늙어 자식이 없는 노인을 뜻하는 독(獨), 이를 이르는 한자어이다. 이러한 네 부류의 궁박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일컬어 시궁(四窮)이라고 말한다. 이 네 부류 중에서 늙어 부인이 없는 사람인 환(鰥), 곧 늙은 홀아비를 사궁지수(四窮之首), 다시 말해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궁박한 사람, 그 궁박함이 으뜸이 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핵가족이 되고, 또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들이 더욱 많아진 것은 아닌가, 추측이 되기도 한다. 무연고 노인이 겨우내 혼자 앓다가 돌아갔다. 며칠 만에 사회복지사가 다녀가고, 겨우내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여니, 방 안 가득 고여 있던 죽음의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상주도 문상객도 없는 참으로 쓸쓸하게 치러지는 장례. 울타리 밖 목련은 이제 봄을 만나 활짝 피어 있다. 마치 소복한 여인의 모양으로. 쓸쓸한 죽음을 애도하듯이, 한 나흘 소리 없이 울음을 울듯이, 목련은 피어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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