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편의점에서 2 - 안홍열
[마음이 머무는 詩] 편의점에서 2 - 안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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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2

안홍열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백 원짜리 동전 두 개
오십 원짜리 동전 네 개
십 원짜리 동전 큰 것 다섯 개
작은 것 다섯 개

늦은 밤
피곤한 표정의 나그네가
지갑을 털어 내놓은 이것은
안성탕면 두 봉지와
고달픈 인생을 건져 올려야 할
나무젓가락 한 개
그 쓸쓸한 계산서

 

[시평]

언제부터 ‘편의점’이라는 작은 가게가 동네마다 생겨났다.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어, 늦은 밤이고 꼭두새벽, 언제고 가면 물건을 살 수 있고, 또 대부분 우리 일상에 필요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또 언제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게’라는 의미에서 ‘편의점’이라고 그 이름이 붙여졌으리라 추정이 된다.

그래서 그런가. 이 편의점에서는 작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들락날락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생수 한 병, 라면 한 봉지, 소주 두어 병, 김밥, 또는 즉석 토스트 등 수많은 물건들을 사려는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일상의 필요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편하게 살 수 있는 가게, 편의점.

이 편의점에 어느 날 삶에 지친 듯한 피곤한 표정의 한 나그네가 들어왔다. 주머니를 이리 뒤지고, 또 저리 뒤지면서, 주머니에 있는 모든 돈들을 꺼내 놓는다. 고깃고깃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그리고 백 원짜리 동전 네댓, 오십 원짜리 동전 두어서넛, 십 원짜리 동전 열 개 정도. 딱 안성탕면 두 개 살 수 있는 돈이 가진 돈의 전부인 나그네. 편의점 환한 불빛 아래 서서, 안성탕면으로 하루의 식사를 때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돈을 털어내야 하는, 힘겨운 인생의 노정 위에 선 나그네. 고달픈 인생을 건져 올려야 할 나무젓가락 한 개도 잊지 않고 주문을 한다. 늦은 밤까지 불 밝힌, 어느 편의점의, 결코 편할 수 없는 쓸쓸한 풍경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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