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청군측론(淸君側論)
[고전 속 정치이야기] 청군측론(淸君側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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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서한 초기의 오왕 유비(劉濞)는 군주의 측근을 청소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칠국의 난’을 일으켰다. 고대 전제정치시대의 반란은 군주를 직접 노리기가 어려웠으므로 정치를 망친 책임을 군주의 측근에게 돌리는 기치를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 ‘청군측’은 명분이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한고조 유방은 이성의 왕들을 제거하고 동성의 왕들을 봉하면서 그들이 조정의 병풍 노릇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齊)는 70여개, 초(楚)는 40여개, 오(吳)는 50여개의 성이 포함돼, 이 3개의 번국이 천하의 절반을 차지했다.

몇 십 년이 지나자 이들은 이미 꼬리를 자를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국가의 통일과 중앙정부의 통치가 위태로웠다. 그 가운데 특히 오왕 유비가 강했다. 그는 산에서 돈을 주조하고, 바다에서 소금을 구웠으며, 망명자들을 받아들이는 등 함부로 반란을 일으킬 힘을 비축했다. 국가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번왕들의 세력을 삭감해야 한다고 진언이 시작됐다.

조조(晁錯)는 서한의 문제(文帝)와 경제(景帝) 시대에 유명한 정치가이자 정치평론가였다. 젊어서는 신불해(申不害)와 상앙(商鞅)의 법가학을 배웠으며, 나중에는 금문상서를 익혔다. 문제에게 태자가령으로 임명돼 나중에 경제로 즉위한 태자 유계(劉啓)로부터 ‘지낭(智囊)’이라는 말을 들었다. 경제가 즉위하자 어사대부로 승진한 그는 시무를 논할 때마다 요령을 지적했다. 노신(魯迅)은 그의 정치평론을 칭찬하며 ‘서한의 대문장가로 후대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조조의 ‘삭번론(削藩論)’은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번왕들이 반란을 모의하는 위험한 형세가 형성됐다고 지적하며 봉지를 삭감해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조정의 단속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급한 형세에 대해 ‘삭번서’에서 삭감해도 반란을 일으킬 것이며, 삭감하지 않아도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삭번하면 반란이 빨라질 것이지만 화는 줄 것이며, 삭번하지 않으면 반란은 지체될 것이지만 화는 커질 것이다. 강경한 수단을 채택하지 않으면 천자는 존엄성을 잃을 것이고, 종묘는 불안해지는 국면이 형성돼 해악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경제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초왕, 월왕, 교서왕, 오왕의 봉지를 삭감한다는 조칙을 내렸다. 오왕과 초왕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이것이 칠국의 난이다. 반란의 수령은 오왕 유비였다. 그는 초왕, 월왕, 교서왕, 제남왕, 치천왕, 교동왕과 연합해 조정을 전복하고 천하를 나누어 다스리기로 했다. 인심을 흔들고, 국가의 권력을 찬탈하려는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해 조조를 주살해 군주의 측근을 청소하기를 요청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그들은 골육을 이간질하는 조조를 주살하는 것이 사직을 안정시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조정에 대한 반란이 아니라 황제의 측근에서 나쁜 짓을 하는 조조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오의 승상을 역임한 원앙(袁盎)도 기회를 노려 경제에게 조조를 죽이고 제왕들의 봉지를 회복시키면 7국은 군사를 해산할 것이라고 권했다. 경제는 조조를 대역무도하다고 규정하고 동시(東市)에서 참수했다. 원앙을 파견해 7국에게 조조가 주살됐으며, 기병한 것을 사면하고 삭감한 봉지를 회복시킬 것이니 군대를 해산하라고 권유했다. 7국은 거절했다. 오왕 유비는 ‘동제(東帝)’라 칭하며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되자 조조를 죽여 군주의 측근을 청소한다는 주장이 속임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로소 그들의 진면모를 알아차린 경제는 태위 주아부(周亞夫) 등에게 병력을 동원해 무력으로 반란을 평정했다.

유비는 반란을 ‘청군측’이라는 명분으로 바꿔치기 하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자기의 목적을 감추었으나 결국 진면목이 드러났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국정혼란의 책임은 측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군주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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