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뉴시스] 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이 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 점심을 위해,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통로를 이용해 구내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뉴시스] 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이 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 점심을 위해,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통로를 이용해 구내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다.

‘조국 수사’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靑선거개입 수사’ 박찬호, 제주지검장 발령

‘수사라인 교체’ 인사에 여당·보수야당 입장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한 가운데 특히 청와대 선거개입과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해 오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핵심 지휘라인이 대거 교체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인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절차적 문제로 충돌을 빚기도 하는 등 윤석열 총장의 거취를 비롯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전날인 8일 저녁 검찰 고위 간부들의 인사이동 내역을 전격 발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를 다녀온 직후였다.

고등검사장과 검사장 등 모두 32명에 대한 인사 조치가 이뤄졌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해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간부 5명이 전원 교체됐다는 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47, 사법연수원 27기)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총괄한 박찬호(54, 26기)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발령이 났다.

검찰을 대표해 공수처법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이원석(51, 26기) 기획조정부장도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펼쳐온 배성범(58,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됐다. 후임 중앙지검장엔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58, 23기) 검사장이 임명됐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 일가 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던 지휘 라인이 모두 바뀐 것이다.

법무부는 “그간 공석으로 발생한 고검장급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조치를 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승진과 전보인사”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7

앞서 인사 발표 직전까지도 법무부와 검찰은 절차적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검찰청법 조항과 관련해서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등의 인사안을 심의한 뒤 “직접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일정을 공지한 상태”라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인사에 대한 직무를 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며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대검은 “법무부로부터 인사안을 전달받지 못했고 검찰인사위 개최 사실도 전날 밤 9시에야 들었다”는 입장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법무부는 “검찰에 인사안을 보내라고 한 대검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며 “의견을 듣기 위해 윤 총장에게 법무부로 오라고 했지만, 윤 총장이 면담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윤 총장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법무부가 이날 저녁 전격적으로 인사 결과를 발표하자 대검은 한순간에 ‘함구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다. 집단 사표나 성명 발표 등 지나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검찰 개혁 작업이 한창인 현시점에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검찰 간부 인사에서 드러난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갈등이 향후 여진을 낳을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정치권은 추 장관이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의지가 담긴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대체로 비판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셀프 면죄부용 인사폭거”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앞)과 윤석열 검찰총장(뒷줄 가운데)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앞)과 윤석열 검찰총장(뒷줄 가운데)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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